한국문화사 제1장 전통 연희의 전반적 성격

1. 전통 연희의 문화사를 보는 시각

우리나라 전통 연희의 범주에는 백희(百戲), 가무백희(歌舞百戲), 잡희(雜戲), 산대잡극(山臺雜劇), 산대희(山臺戲), 나례(儺禮), 나희(儺戲), 나(儺) 등의 연희와 조선 후기에 성립된 본산대놀이 가면극, 판소리, 꼭두각시놀이 등 발전된 양식의 연극적 갈래가 포함된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들어온 교방 가무희(敎坊歌舞戲)인 궁중 정재도 전통 연희의 범주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백희·잡희·산대희 등으로 불렸던 연희들이 중국에서는 산악(散樂)이나 백희 등으로 불렸고, 현대에 와서는 잡기(雜技)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산가쿠(散樂)·사루가쿠(猿樂)라고 부르던 것을 현대에 와서는 가면극인 노(能), 인형극인 분라쿠(文樂), 가무극인 가부키(歌舞伎) 등 연극적인 갈래까지 모두 포함하여 예능(藝能)이라고 한다.

전통 연희의 문화사를 제대로 기술하기 위해서는 근현대 이전 연희의 존재 양상, 연희가 연행되던 행사, 연희의 담당층과 향유층, 연희의 발전 양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근현대 이전의 연희는 각종 행사에서 특정한 연희 담당층이 연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종교와 이념의 변화, 왕조의 교체, 사회의 변동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사에 동원되어 공연하던 전문 연희자들이 조선 후기의 판소리, 본산대놀이 가면극, 꼭두각시놀이 등 발전된 양식의 연희를 창출하였고, 조선 후기의 다양한 유랑 예인 집단도 대부분 이들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산악·백희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가 공동으로 보유했던 연희 문화다. 산악·백희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 연희의 동아시아적 보편성을 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구려의 고분 벽화나 각종 문헌에 정착된 연희 자료를 해명할 수 있다. 아울러 산악·백희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대한 추적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연희의 갈래, 분포, 담당층, 후대 연희와의 관련 양상에 대한 일관된 해명도 가능하다.

우리 고대 연희를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중국·일본 등의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신라의 신라박(新羅狛)과 입호무(入壺舞), 당나라의 십부기(十部伎) 중 고구려기인 호선무(胡旋舞)와 광수무(廣袖舞), 일본에 전하는 삼국 및 발해의 악무인 우방악(右方樂)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또한 우리 문헌의 기록에는 간략하게 언급된 연희가 중국이나 일본 자료에 상세하게 기술된 경우가 있으므로, 우리의 연희를 중국이나 일본의 연희와 비교 기술하여 연희사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만연어룡지희(曼衍魚龍之戲), 섭독교(躡獨趫, 솟대타기), 수희(水戲), 우희(優戲)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본산대놀이 가면극과 판소리·꼭두각시놀이, 중국의 가면극인 나희(儺戲), 가무극인 경극(京劇)과 인형극, 일본의 가면극인 노, 가무극인 가부키, 인형극인 닌교조루리(人形淨瑠璃) 등은 산악·백희가 발전하여 성립된 것이다.

그리고 문헌에 간단히 기록되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연희에 대해서는 도상(圖像) 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연희에 대한 정보를 얻어 연희사를 보완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최근 발견된 아극돈(阿克敦)의 봉사도(奉使圖)를 비롯하여 고구려 고분 벽화, 감로탱(甘露幀), 조선 후기의 풍속화, 기산풍속도(箕山風俗圖), 일본의 신서고악도(信西古樂圖), 중국의 화상석(畵像石), 『삼재도회(三才圖會)』 등을 통해 그러한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필자] 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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