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1장 전통 연희의 전반적 성격

2. 전통 연희의 종류와 외국과의 교류 양상

[필자] 전경욱

우리의 전통 연희는 산악·백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악·백희는 고대에 무용·음악·연극·체육·무술이 세분화되지 않은 채 연행되던 총체 예술로서 서민적인 연희였다. 동아시아 공동의 문어인 한문이 삼국시대에 전래하고, 동아시아 공동의 종교인 불교도 고구려는 이미 372년(소수림왕 2)에 전진(前秦)으로부터 받아들였다. 이와 같은 시기에 동아시아 공동의 연희 문화인 산악·백희도 한반도에 전래한 것으로 보인다. 『후한서(後漢書)』 「동이열전」에 “무제가 조선을 멸하고 고구려를 현으로 삼아 현도에 속하게 하고, 악사와 연희자를 하사하였다.”는1) 기록과 고구려 고분 벽화의 연희 장면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삼국시대 이후 조선 전기까지는 한국·중국·일본 각국이 함께 동아시아의 공동 문명을 가꾼 시기로, 연희 문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두현은 이미 4세기 이전부터 서역악의 영향을 받아 고구려에서 잡희가 성행했고, 그것이 삼국통일 이후 백제의 잡희와 함께 신라 향악(鄕樂)에 오기(五伎) 등으로 집성되었으며, 고려시대의 연등회나 팔관회에서 연행되던 가무백희의 전통이 오래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잡희 또는 가무백희가 바로 산악·백희다. 아울러 조선시대의 나례나 중국 사신의 영접 행사 등에서 연행하던 산대희·산대잡극, 조선 후기의 많은 유랑 예인 집단이 연행하던 연희, 현재도 남사당패나 서커스단에서 연행하는 대부분의 연희가 바로 산악·백희라고 총칭할 수 있는 종목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 신서고악도, 각종 문헌 기록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산악·백희 종목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중국과의 활발했던 교류를 고려할 때, 실제로는 문헌 기록이나 도상 자료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다양한 산악·백희의 종목이 연행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여러 자료들을 통해 볼 때, 한국·중국에서 연행되던 산악·백희의 종목은 크게 곡예와 묘기, 환술(幻術), 각종 동물로 분장한 가면희, 동물 재주 부리기, 괴뢰희(傀儡戲)라고 불린 인형극, 골계희(滑稽戲), 가무희(歌舞戲), 악기 연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필자] 전경욱
1)『후한서(後漢書)』 권85, 동이열전75, 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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