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2장 국가 의례의 음식4. 이웃 국가의 사신을 대접하다

사신들의 잔치 음식

중국에서 사신이 왔을 때 연회를 베푸는 것은 고려시대에도 시행하던 의례였다. 1123년(인종 1)에 송나라에서 서긍(徐兢)이 사신으로 와서 남긴 기록인 『고려도경(高麗圖經)』을 보면 이때에도 연음(燕飮)이라 하는 연회가 베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사신을 접대하는 연회에서는 술과 과일, 채소, 고기와 해물을 올렸다. 술은 달고 진하지만 취하지 않을 정도였으며, 과일과 채소는 껍질과 씨를 발라내어 풍성하게 차려졌다. 술을 마실 때의 안주로는 양고기와 제육을 차렸으나 이보다는 해물을 더 많이 올렸다.106)

조선시대에 중국 사신이 입경하여 머무는 동안에는 많은 연회, 즉 잔치가 벌어졌기 때문에 사신 접대 음식의 중심은 잔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조선의 최고급 궁중 요리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사신에게 올린 잔치 음식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중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최고의 음식, 최고의 솜씨로 잔치 음식을 차렸기 때문이다.

잔치 음식을 담당하는 부서는 연향색(宴享色)이다. 연향색은 영접도감의 한 부서로 연향(宴享), 연상(宴床), 별다담(別茶啖), 별궤주(別饋酒), 약물(藥物) 등의 일을 담당하며, 국빈을 대접하는 잔치를 맡아보던 직임이다. 사신을 영접할 때 조선시대에는 하마연, 익일연(翌日宴), 청연(請宴), 회례연(回禮宴), 별연(別宴), 상마연(上馬宴), 전연(餞宴) 등 일곱 차례의 공식적인 연회가 있었으며, 중간에 별다담이 있었다. 연향의 규모는 상마연과 하마연이 가장 컸으며, 다음이 익일연, 청연, 회례연, 별연, 전연의 순서이며, 그 다음이 별다담으로 세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107)

<아극돈의 봉사도>   
1725년(영조 1)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청나라 사신 아극돈(阿克敦)이 남긴 봉사도(奉使圖) 20폭 중 18폭이다. 연회의 주빈 두 사람이 각각 의자에 앉아 있고 마루 가운데에서 무동 두 명이 춤을 추고 있다. 임금이 청나라 사신에게 베푸는 연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필자] 임혜련
106)서긍(徐兢), 『고려도경(高麗圖經)』 권26, 연례(燕禮).
107)김상보, 앞의 책, 2000,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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