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사에서 마셨던 술, 향온주
향온주(香醞酒)는 궁중에서 빚어 마시던 술이다. 내의원 양온서(良醞署)에서만 이 술을 빚었는데 왕이 마시고 신하들에게 하사하기도 하였다. 향온주는 왕이 마시는 술이라 어주(御酒)라고도 하였고, 향온주의 일종인 ‘법주’, 또는 ‘청법주’라 하여 단맛 나는 술은 궁중의 대내외 행사와 내명부(內命婦)에서 많이 음용하던 술이다.118)
조선시대 국가의 행사에는 향온주를 종종 올렸다. 왕의 혼례 때에도 향온주를 올렸으며, 제사를 지낼 때에도 향온주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향온주를 제향주로 쓰기 위해서는 여기에 약재를 넣어 울금주(鬱金酒)나 울창주(鬱鬯酒)를 빚어서 사용하였다. 울금주나 울창주는 향기가 있는 술로서 제사를 지낼 때 신에게 향기를 함께 전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향온주는 녹두를 사용하여 누룩을 만들어 술을 빚는데, 엿기름을 여기에 함께 섞는다. 즉 엿기름을 써서 당화(糖化)를 촉진시킨다.119) 향온주는 진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궁중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만큼 왕실의 행사에 빠질 수 없었던 술이 향온주였다. 대사례에서 벌주로 마셨던 술은 내자시(內資寺)에서 준비했는데, 단술, 즉 향온주의 일종인 술을 마신 것으로 생각된다.
벌주를 마시고 나면 대사례는 끝나게 된다. 대사례를 행한 후에 별도의 회례(會禮)는 열리지 않았다. 연산군 때는 회례를 열었다고 하나 이후에는 없어졌다. 이는 활쏘기를 통해 왕과 신하가 결속을 공고히 하는 대사례 의례에 충실하고자 한 의도가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에 벌주와 상으로 의례의 흥을 돋우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