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만남과 유람

1. 다양한 만남과 만남을 기록한 그림

[필자] 박은순

조선시대의 사대부 문인들에게 유가적 철학과 인식은 삶과 생활의 기준이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유학의 기초를 닦으며 한 가정과 사회의 지도자로서 훈련을 받았으며,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위한 인재로서, 공인으로서의 처신과 가치를 추구하였다. 그들의 삶은 공적인 가치와 지향을 실천하는 각종 사회적·관습적·문화적 규범 속에서 이루어졌다. 한 개인이면서도 공적·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삶은 수직적인 관계에서는 노약자와 지역 주민, 직장의 상하 관료들, 집안에서는 장유(長幼)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습속을 낳았고, 수평적인 관계에서는 동료 사대부 문인들과의 다양한 방식의 모임과 유대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사대부 문인들은 평생 동안 지속된 수많은 모임과 관계를 통하여 삶의 이상과 실천적인 지식인의 면모를 유지하곤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형성된 사대부 문인의 삶은 전통 회화에 관한 기록과 현존하는 유품에도 반영되고 있다. 사대부 문인들의 만남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시서화(詩書畵)가 오고가는 풍류의 장이 되거나, 상황에 따라 선택되기는 하였으나 음주가무(飮酒歌舞)가 함께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회화 작품을 통하여 확인되는 사대부 문인들이 이룬 다양한 성격의 만남을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즉, 모임과 만남을 기록한 회화 작품의 체제와 내용, 표현을 검토하면서 그림 속에 담긴 모임의 의미와 기능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화가는 그러한 모임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록하였는지를 정리한 뒤, 이와 같은 회화 작품이 제작 당사자들과 후대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였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나아가 유학적(儒學的)인 관습과 문화 가운데 형성된 회화들이 우리나라 전통과 예술의 형성에 기여한 바를 짚어 보려고 한다.

[필자] 박은순
창닫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