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5장 도시 공간과 시각 문화

1. 근대로의 이행

[필자] 김영나

근대를 결정짓는 여러 특징 중 하나가 도시적 삶이다. 도시는 근대성의 상징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의 우리 사회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과 더불어 도시가 커지고 농업 국가에서의 전통적 삶이 도시적 삶으로 전환하던 시기였다. 근대적 정부 체계와 관료 제도가 정착하면서 철로와 기차역이 세워졌으며, 관공서와 가정집의 주거 환경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뿐 아니라 도시 공간의 발전과 더불어 공간에 거주하는 개인에 대한 관념도 바뀌었다. 이제까지 소규모의 동네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이제 도시의 군중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과거에 누리던 안정감보다는 역동적이지만 복잡한 도시적 삶을 갈망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도시적 삶은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문화적 갈등과 두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도시 공간의 시각 문화 역시 이러한 역사적·사회적 문맥 속에 위치하고 있다. 근대에 들어와 도시는 시각 문화와 연결되어 변화한다. 초가집이 헐리고 서양식 주택, 교회, 미술관, 백화점 등이 들어서면서 도시는 문화, 종교, 그리고 대중적 소비 생활의 구심점이 되었고, 신문, 잡지, 광고와 사진 이미지가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1930년대에 이르면 상점과 백화점이 시내 거리 변에 줄지어 들어서면서 광고, 쇼윈도, 네온사인이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휴버트 보스의 서울 풍경>   
1899년(광무 3) 동남아시아 여행 중에 우리나라에 온 휴버트 보스(Hubert Vos, 1855∼1935)가 그린 ‘서울 풍경’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 가옥은 대부분 사라지고 도심은 고층 건물로 가득 차게 변모하였다.

광복 이후의 도시 공간은 일제 강점기의 건축물과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들어서는 서구적 모더니즘의 고층 건물이 역사, 정치, 문화의 기억과 합쳐지는 혼성 공간이 되었다. 1970년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개발 개혁이 진행되면서 도시가 재정비되었고, 거의 모든 도시에서 건설되던 아파트 단지는 주거의 질을 개선하고픈 욕구를 충족시켰다. 동시에 아파트는 주거뿐 아니라 소비와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또 공원이나 도시의 중요 장소에 세운 기념비와 공공 조각은 군중의 시선을 결집시킴으로써 과거를 기억하고 공유된 가치관과 미래의 비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렇게 도시적 일상은 흔히 순수 미술을 대변하는 회화, 조각, 건축뿐 아니라 텔레비전, 광고, 영화 등 이미지 중심의 시각 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전통적인 순수 미술이 작품 자체에서 오는 감동과 통찰력, 그리고 기본적으로 미적 가치에 근거한 미술사적 위치를 점거한다면 시각 문화의 핵심은 미적 가치와 별도인 ‘이미지’ 자체에 있다. 도시 생활에 등장한 이러한 시각 이미지는 일상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우리 생활의 문맥 속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해석되고 영향을 주는가가 더 중요한 이슈 가 된다. 이 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08년 현재까지, 약 100여 년간 이룩한 우리나라의 도시 발전과 함께 변화해 온 시각 문화를 근대적 체험과 더불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도시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이 글에서는 경성, 현재의 서울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필자] 김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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