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2장 국왕과 그 계승자들

2. 국왕을 계승하는 왕실 가족

[필자] 김문식

국왕이 정상적으로 집권한 상황이라면 장차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를 미리 지정해 두게 되는데, 왕세자(王世子)와 왕세손(王世孫), 왕세제(王世弟)가 그들이었다. 이들은 현 국왕의 아들, 손자, 동생 가운데 한 사람이 선발되었으며, 국왕이 주재하는 책봉식(冊封式)을 거행함으로써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로 공인받았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국왕이 사망한 이후에는 사전에 후계자로 공인되어 있던 왕세자, 왕세손, 왕세제가 다음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런데 왕세자나 왕세손, 왕세제 출신이 아니면서도 왕위에 오른 경우가 있었다. 먼저 반정이 일어났을 경우인데, 반정이 성공하면 현 국왕이 지정해 놓은 후계자는 즉시 자격을 상실했고 반정 세력이 지지하는 왕실 가족이 국왕이 되었다. 다음으로 현 국왕이 후계자를 미리 지정해 놓지 않고 사망한 경우인데, 대개 대왕대비(大王大妃)나 왕대비 같은 왕실의 어른이 지정하는 왕실 가족이 국왕이 되었다. 그렇지만 반정이 성공한 경우이든 대왕대비나 왕대비가 지정하는 경우이든 국왕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대군(大君) 또는 군(君)으로 봉(封)해진 왕실 가족 중의 한 사람이어야 했다. 조선시대에 국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왕실 가족으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 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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