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5장 개항기 외국 여행가들이 본 조선, 조선인1. 조선인에 대한 인상

지력이 있는 민족

조선인의 우수한 지적 능력은 무엇보다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의 알파벳, 언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었다.352) 한글은 “가장 실용적이고 쉬운 표음 방식의 문자”로, 여러 가지 면에서 영어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353) 특히 한글은 서민의 언어로 사랑을 받았는데, 비숍은 한강 유역에 사는 낮은 계층의 많은 사람이 그들 자신의 문자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였다.354)

<영어 학교의 수업 시간>   
1902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주한 이탈리아 영사를 지낸 카를로 로제티가 남긴 『꼬레아 에 꼬레아니』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관립 영어 학교의 수업 모습을 촬영하였다. 조선인 학생들은 배우고자 하는 열정, 뛰어난 지식 습득 능력 남다른 어학 실력 등에서 여행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새비지-랜더는 조선인들을 매우 총명하다고 칭찬하였다. 이에 대한 그의 경험담을 들어 보자. “조선 사람들은 미개인들과 전혀 다르다. 나는 비범한 지성으로 단기간에 지식을 습득하는 그들에게 늘 압도당하였다. 그들은 외국어를 매우 쉽게 익혔다. 그들은 무척 투지 있고 열성적으로 공부거리를 습득하였다. 또한 그들은 놀라울 정도의 신속한 이해력과 함께 뛰어나게 현명한 추론 능력을 타고났다. 그러나 외모상으로는 그들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 언뜻 봐서는 그들은 차라리 흐리멍덩하고 답답한 인상을 주었다. 조선 사람들은 훌륭한 기억력과 빼어난 예술적 소양을 가졌다.”355) 특히 외국어 발음의 경우 일본, 중국 등 주변국 사람들보다 더 정확하고 뛰어났는데, 조선인들이 종종 틀렸던 단 하나의 발음은 ‘f’를 ‘p’로 발음하는 것이었다.356)

조선인의 높은 교육열은 교실을 배움의 열기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뒤크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청명한 겨울날 아침, 아이들이 요란한 나막신 소리를 내며 학교로 간다. 아무리 가난한 천민이라도 아들에게 적어도 한글이라도 배우게 하려는 생각에 온갖 희생을 무릅쓴다. 서민의 아이들과 양반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나란히 의자에 앉는다. 양반집 아이들이 더 고운 옷을 입고 모자가 더 멋있기는 하지만 배움의 열기는 한결같다.”357)

[필자] 홍준화
352)비숍, 앞의 책, 28쪽.
353)새비지-랜더, 앞의 책, 88쪽.
354)비숍, 앞의 책, 102쪽.
355)새비지-랜더, 앞의 책, 251쪽.
356)새비지-랜더, 앞의 책, 190쪽.
357)조르주 뒤크로, 앞의 책,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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