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6장 일제와 서양인이 본 식민지 조선

2. 조선에 관한 ‘타자’의 시선

[필자] 류시현

처음으로 서양에 조선을 알린 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1668년에 출판된 『하멜 표류기』를 들 수 있다. ‘이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실제 조선의 사정과 다른 것이 삽화(揷畵)로 제시되기도 하였지만, 이 책으로 인해 조선이 서양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뒤 개항 이후 서양에 조선의 역사 일반을 알린 책은 1882년에 출판된 윌리엄 그리피스(William Griffis, 1843∼1928)의 『은자의 나라 한국(Corea : the Hermit Nation)』이다. 이 책에서 말한 ‘은자국(Hermit Nation)’이라는 조선에 관한 규정은 이후 ‘조용한 아침의 나라’와 함께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다음에서는 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서양인이 쓴 조선에 관한 주요 저작물의 서지(書誌) 상황을 검토하고, 이어서 그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한말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서양인이 조선에 관하여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검토할 수 있는 정리 작업의 일환으로 삼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조선에 관해 서술한 책 가운데 서양에 널리 알려진, 그래서 권위를 부여받은 책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저술한 서양인 저자들은 나름대로 하나의 복합체로서 조선에 관한 이미지를 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이미지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하거나 정형화된 이미지가 되었고 재생산되었다. 또한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서양 세계에 알려진 조선에 관한 이미지 가운데에서 ‘지적 권위’를 지녔다. 조선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조선을 대신해서 말한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조선은 이래야 한다는 당위로서의 조선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고, 정치적인 논의를 수반한 담론의 형태로 재현되기도 하였다.

<사람들 모습을 스케치하는 서양인>   
런던의 3대 주간 화보 신문인 『그래픽(The Gaphic)』 1894년 10월 27일자에 실린 삽화이다. 부산에서 긴 담뱃대를 문 남자를 스케치하는 『그래픽』의 화가를 조선 사람들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조선을 다녀간 서양인들은 나름대로 하나의 복합체로서 조선에 관한 이미지를 생산하였고, 그것이 긍정적이었건 부정적이었건 간에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으로 이들의 글에 나타난 동양 혹은 조선은 서양의 무언가가 ‘결여’된 사회였다. 따라서 비인간적·반민주주의적·후진적·야만적·비문명적·퇴행적·정체적 등으로 묘사되는 ‘슬픈’ 조선인의 이미지가 생겨났다. 나아가 유럽인이 만들어 놓은 ‘타자’에 대한 잘못된 상(像)을 동양 스스로가 받아들였던 것처럼,457) 서양인의 조선과 조선인에 관한 인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다음에서 검토 대상으로 삼은 책은 주로 조선과 조선인에 ‘애정’을 가진 것을 택하였다. 이를 출판 연대순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458)

[필자] 류시현
457)박지향, 『제국주의-신화와 현실-』, 서울 대학교 출판부, 2000, 5∼6쪽.
458)다음의 저자와 서적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는 대부분 신복룡, 『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 풀빛, 2002 참조.
창닫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