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3 조선시대 사람들의 춤01. 왕의 춤

세조, 춤추라고 명하기를 좋아하다

세조(世祖, 1417∼1468) 재위 13년(1455∼1468) 동안 임금과 신하 간의 술자리가 자주 벌어지며, 술에 취해 춤추는 신하들의 기사가 꽤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은 세조가 세자·종친·재신들에게 춤추기를 명하는 기사였고, 세조 자신이 직접 춤을 춘 기사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세조가 직접 춤을 춘 것은 1455년 8월 16일에 창덕궁에 거둥하여 노산군(魯山君, 단종)을 알현하고 인정전에서 개국(開國)·정사(定社)·좌명(佐命)·정난(靖難)의 4공신에게 잔치를 베풀었을 때이다. 음악이 연주되고 춤꾼과 북치는 사람이 들어오자, 양녕대군 이제(李禔, 1394∼1462)가 비파를 잡고, 권공(權恭)이 징을 잡았다. 여러 공신이 차례로 일어나서 춤을 추었고, 연주가 끝나려고 할 때 세조도 일어나 춤을 추었다.113)

<세조>   
공신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추기도 하였으나 대체로 남들에게 춤추기를 권하기 좋아하였다.

세조가 1455년 6월에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찬탈하고 두 달 뒤인 8월에 연 잔치이기 때문에, 왕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하려는 성격이 강하였다. 이 자리에서 공신들은 동맹(同盟)을 맺은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족자인 맹족(盟簇)을 노산군과 세조에게 올렸다. 세조로서는 바라던 왕위를 얻고 공신들의 충성까지도 약속받는 더할 수 없이 기쁜 자리였다. 그래서 공신들이 차례로 춤을 추자, 세조도 흥에 겨워 마지막에 일어서서 춤을 추었다. 양녕대군과 권공의 음악 연주까지 곁들였으니 흥은 최고조에 이르렀을 듯하다.

[필자] 조경아
113) 『세조실록』 권2, 세조 1년 8월 16일 기미.
창닫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