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Ⅱ. 유순한 몸, 저항하는 몸-1 예와 수신으로 정의된 몸

03. 조선 사회가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

[필자] 김언순

조선 사회는 여성의 몸을 어떻게 인식하였을까? 『여계』 첫 장에서는 여성이 마땅히 행할 도리로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옛날에는 여아가 태어난 지 삼일이 되면 침상 아래 눕히고, 기와와 벽돌을 가지고 놀게 하며, 깨끗이 씻겨서 조상의 사당에 알린다. 여아를 침상 아래 눕히는 까닭은 여자는 낮고 약한 존재로서 다른 사람의 아래에 처해야 함을 밝히려는 것이다. 기와와 벽돌을 가지고 놀게 하는 것은 수고로움을 익혀 부지런히 일하는 것에 힘써야 함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아이를 깨끗이 씻겨 조상의 사당에 보고하는 것은 제사를 이어받는 일을 주로 함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이 세 가지는 여자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女人之常道]이며, 예법의 확고한 가르침이다.208)

이 글은 유교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집약적으로 잘 보여준다. 즉, 여성은 남의 아래 위치한 낮고 약한 존재이며, 밤낮으로 열심히 노동하는 존재, 그리고 술과 음식을 정결하게 마련하여 조상의 제사를 받드는 존재인 것이다. 음양론이 반영된 ‘낮고 약한 존재[卑弱]’라는 인식이 여성의 몸을 관념적으로 통제하였다면, 노동과 제사는 현실 속에서 여성의 몸에 요청되는 내용이었다. 제사는 가계 계승 차원에서 출산까지 포함하며, 실행 과정에서는 음식을 장만하기 위한 노동을 전제로 한다.

노동과 제사는 유교 가부장제 사회를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생산적인 활동으로서, 여성을 노동하는 존재, 제사 받드는 존재로 규정한 것은, 유교 사회가 여성의 생산능력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노동과 제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낮고 약한 존재’라는 여성 자신의 존재론적 인식이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훈서들은 비약, 노동, 제사를 여성의 예로 규정하였으며, 여성의 몸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수신의 주요 관점과 내용을 이루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유교의 시각은 조선 사회에 그대로 수용되었다.

[필자] 김언순
208) 『女誡』 「卑弱」, “古者生女三日 臥之床下 弄之瓦塼 而齋告焉 臥之床下 明其卑弱 主下人也 弄之瓦塼 明其習勞 主執勤也 齋告先君 明當主繼祭祀也 三者蓋女人之常道 禮法之典教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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