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1 한국 건축의 변화 양상

01. 한국 건축사의 연구동향과 시대구분

[필자] 천득염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한민족에 의하여 수천 년 간 이루어진 건축의 역사를 한국건축사라 한다. 건축사란 시간의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과업이다. 즉, 역사적 관점에서 건축을 탐구하는 것이 건축사이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일, 즉 지나간 사실과 과거의 사건의 총체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적은 기록, 주관적 측면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일과 일어난 일의 기록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되기도 한다.

서양의 역사학자 E. H. 카(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지나 가버린 과거에 대한 학문이 아닌 현재 속에 살아있는 과거로서의 의미 추구라 하였다. 따라서 과거에 의한 현재의 이해와 현재에 의한 과거의 이해, 과거와 현재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고 있다. M. 블로크(Bloch)는 역사란 시간 속에 인간에 관한 학문이라 하였으며, 토인비(Toynbee)는 시간차원에서 본 인간사상의 연구라 하였고, E. 베른하임(Bernheim)은 역사란 인간을 시간의 차원에서 인식하고 규명하는 학문이며 역사학이란 변화를 연구하는 학 문이라 하였다. 또한, 기디온(Giedion)은 불변의 사실을 넣어두는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생생하게 변화하는 모든 경향이나 해석의 과정이고 형이며 다음에 올 모든 시대에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게 될 형을 찾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역사는 인간에 의한 해석과 선택, 기록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실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란 것이고, 기술된 내용이 역사가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역사상의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즉, 기록자의 자의적 기준에 의해서 선택되거나 기술된다는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건축사란 건축을 시간적 차원에서 규명하는 학문이다. 즉, 건축사가 역사라는 사실이며, 학문적 소속은 역사학이며, 그 교육방법이나 목적도 역사학이다. 따라서 ‘역사로부터 건축에로의 접근’이라는 형식을 밟아야 한다.8)

역사의 연구대상은 과거의 사실인데 이 과거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연결되어 있는 살아있는 과거이다. 역사의 주체는 과거의 사실, 즉 과거 인간의 행동과 사상에 관한 사실이고, 건축사는 인간의 사상과 행동의 산물인 건축을 역사적 현상으로 규명하는 일이 된다. 건축의 배경에는 인간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건축을 이해함과 동시에 건축과 인간의 관련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건축사 연구는 건축의 본질 탐구와 인간의 이해라는 이중적 과제를 지닌다 하겠다.

근대 건축의 초창기에 있어 바우하우스의 거장들은 자신들을 과거와 무관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척자로 자각하였고, 과거와 단절된 신세대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건축에 있어서 역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건축사는 하나의 역사인 이상 역사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요구되며 역사에 대한 독자적인 이해를 갖고 자 신의 건축관과 결부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안다는 것과 역사인식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수천년간 이어 내려온 건축에 있어 원인과 결과, 끼친 영향, 사회적 가치 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역사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 천득염
8)강혁, 「건축사의 접근방식과 해석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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