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남해안지방
가) 석기(<그림 1> ①∼⑦)
석기는 몇 개의 용도로 쓰였다는 관점 아래 구분되고 있다. 물고기잡이·사냥·농사짓기용 및 일상공구 등이 그것이다. 남해안지방에서는 간석기류의 출토가 매우 적은 대신 뗀석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특징이 있다. 특히 남해안지방의 이른 신석기에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뗀석기의 제작수법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643) 이 대목은 우리 나라 신석기의 기원문제와 관련되는 부분으로서 중요한 시사를 담고 있으므로 앞으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남해안지방의 석기 암질은 화산암지대인 이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유문암·규장암·안산암 등이나 접촉변성암인 혼펠스도 많다. 늦은 시기로 가면 화산암계통인 흑요석제 석기가 많이 출토된다. 그러나 가령 화살촉이나 작살에는 단단한 흑요석이 주로 쓰이고 갈돌·숫돌 등에는 사암이 주로 쓰이는 식으로 각 석기의 쓰임새에 맞게 돌감이 선택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해안지방 이른 시기의 석기는 찌르개·화살촉 등 사냥용 석기와, 찍개·밀개·긁개 등 조리 및 일반용구, 그리고 바닷가지방의 살림살이에 맞게 작살·묶음낚시·그물추·찔개살 등이 출토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특이한 것으로는 흑요석으로 만든 돌톱모양의 석기가 있다. 이는 상노대도와 동삼동에서 나왔는데 대개 크기가 5㎝ 미만이다. 이들은 나무나 뼈의 옆면과 끝부분에 홈을 파고 끼워 넣어 만든 결합작살로 여겨지고 있다(<그림 1> ⑤). 이러한 도구들은 일본의 서북규슈에서도 출토되고 있는데, 이들은 다랑어·상어·돌고래류와 같이 피부가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을 잡는데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644) 실제로 동삼동과 상노대도에서는 그러한 어류가 많이 잡혔었다.
신석기 이른 시기를 지나 중기 무렵이 되면 뗀석기의 비율은 줄어드나 석기가 다양해져서 타제의 돌도끼·자귀·화살촉 등도 출현하게 된다. 제작수법으로 보자면 석기가 커지면서 잔손질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간석기는 이른 시기보다 늘어나지만 여전히 그 비중은 작은 편이다. 간석기라 하더라도 도끼·끌·대팻날 등 날부분만 간 것이 대부분이며 아직 숫돌·갈돌·갈판·공이 등이 주류를 이룬다. 늦은 시기로 가면 이러한 사암계통의 가공도구들이 남해안 모든 유적에서 자주 등장하여 낟알에 대한 의존도 증가 혹은 농사짓기단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남해안지방에서 사용한 석기의 유형을 요약하면 ‘많은 양의 뗀석기와 간석기 약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석기시대가 간석기 사용의 전성기가 아니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예상보다 더욱 많은 뗀석기가 쓰이고 있었다는 점과 아울러, 간석기가 발달할수록 뗀석기를 그다지 공들여 만들지 않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 뼈연모(<그림 1> ⑧∼⑬)
뼈연모는 재료 자체가 제한되어 있으며 잘 남아 있지를 않아 많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쉬웠으나 남해안의 조개더미유적들이 발굴되면서 다량으로 출토되어 주목받게 되었다. 이들은 석기와 마찬가지로 사냥·물고기잡이 및 일상생활용구로 쓰였는데, 석기보다 섬세한 연모 즉 찌르개·바늘·송곳·찔개살·삿바늘·낚싯바늘·작살 등에 주로 쓰였다.
그런데 남해안지방에서 보자면 신석기 아주 이른 시기에는 어구가 그다지 나타나지 않으며 찍은무늬토기가 만들어지는 전기 무렵부터 낚시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일찍부터 만들기 쉬운 도구로써 여러 개의 찌르개를 이용해 복합찔개살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남해안지방에서 나오는 낚시로는 곧은낚시(짧고 가는 형태에 양끝이 뾰족하고 중간부분에 낚싯줄을 매기 위한 홈을 판 것)와 묶음낚시(낚시의 허리(軸)부분과 바늘부분을 따로 만들어 결합시키는 것)가 있다. 곧은낚시는 동삼동에서 다량으로 나왔으며 욕지도에서도 1점 나온 바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묶음낚시인데, 돌의 성질상 굽은 도구가 만들어지기 어려우니까 바늘부분은 주로 뼈로 만들어지며 허리부분은 돌이나 뼈 혹은 나무로도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묶음낚시의 바늘부분은 동삼동·상노대도·범방·송도·욕지도·농소리·연대도·구평리 등 남해안의 거의 모든 유적에서 나오고 있다.
뼈연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활용구는 석기로는 기능하기 어려운 섬세한 용도에 쓰이는 것들로서 찌르개·긁개·밀개·삿바늘·뼈송곳·뼈바늘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수량이 가장 많은 것이 찌르개이다. 수가리에서는 사슴 등의 사지뼈를 길이로 잘라서 끝을 갈아 이용하는 찌르개가 다량으로 나왔으며 이것은 짐승의 해체나 조리용으로 여겨졌다.645) 한편 이 찌르개들을 몇 개씩 묶어서 결합식 찔개살을 만들어 썼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646) 이와 같이 추정할 때 신석기시대의 어구는 현재 파악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