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문종 30년의 전시과-갱정전시과-
(1) 전시과 갱정의 과정
목종 원년에 제1차 개정을 본 전시과는 현종 5년(1014)에 이르러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다. 문무양반과 잡색원리에게 田柴를 加給한 조처가0088) 바로 그것인 데, 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전시 가급의 조치는 전시과의 큰 개편이라기보다는 단순히 후생적인 시책의 하나였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경종 원년의 전시과 제정은「始定」, 목종원년과 덕종 3년(1034)의 개편은「改定」, 문종 30년(1076)의 것은「更定」이라 표기하고 있음에 반해 이 때의 개편은「加給」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덕종 3년 4월에 이르러 전시과는 재개정되었는데, 이에 대해≪高麗史≫食貨志는 “兩班 및 軍·閑人의 전시과를 개정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설명이 생략되었을 뿐 아니라 여타의 관련 기록도 없으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 수 없다. 다만 전시과의 수급 대상자로 이전의 양반·군인에 이어 한인이 새로 추가되었다는 점이 주목될 뿐이다.
이렇게 제정된 이후 개편을 거듭한 전시과는 문종 30년에 이르러 또 다시 개정되었다. 이에 대해 역시≪高麗史≫食貨志는 “양반의 전시과를 갱정하였다”고 기술하고 있으므로 이 때 개정된 전시과를 흔히 ‘갱정전시과’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 전시과의 갱정은 전반적인 관제 개혁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각종 관아의 증치 및 개폐가 일단락된 것과, 각 관직의 품계가 일차 확정된 것, 그리고 文武班祿을 비롯한 각종 녹봉의 규정 등이 모두 이 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양반전시과를 갱정하고 또 관제를 고쳐 백관의 班次 祿科를 정하였다”고 하는≪高麗史節要≫의 설명은0089) 바로 이를 두고 한 것이었다. 따라서 갱정전시과는 같은 해에 단행된 행정관제의 개편을 토대로 출현하였다고 하겠는데, 이는 목종 원년의 개정전시과가 성정 14년에 이루어진 관제개혁의 결과로 나타난 사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