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고려 시대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Ⅰ. 사회구조1. 신분제도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Ⅱ. 한민족의 기원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1. 신분제도
          • 1) 신분제도의 형성과 구조
            • (1) 신분과 신분제도
            • (2) 신분구조의 구성
            • (3) 신분계층의 편성 단위와 기준
          • 2) 관인계층
            • (1) 관인층의 특성
            • (2) 음서제와 과거제
            • (3) 공음전과 한인전
            • (4) 문반·무반과 남반
            • (5) 귀족의 계층구성
          • 3) 향리
            • (1) 임무
            • (2) 향역의 세습과 종사
            • (3) 향리의 신분
          • 4) 군인
            • (1) 군역
            • (2) 군역의 세습
            • (3) 군인의 신분
          • 5) 잡류
            • (1) 이직으로서의 잡류
            • (2) 이족으로서의 잡류
          • 6) 양인농민
            • (1) 공과·공역의 부담
            • (2) 생산계층
            • (3) 세업으로서의 농업생산
          • 7) 공장
            • (1) 공장의 유형
            • (2) 공장의 신분
          • 8) 향·소·부곡인
            • (1) 사회·경제적 지위
            • (2) 신분상 지위
            • (3) 신분상 제약의 의미
          • 9) 진척·역민
          • 10) 양수척 (화척·재인)
          • 11) 노비
            • (1) 신분상 특성
            • (2) 사회·경제적 지위
          • 12) 신분제도의 성격
        • 2. 가족제도
          • 1) 가족과 혼인
            • (1) 가족
            • (2) 혼인
          • 2) 재산의 상속
          • 3) 친족조직
            • (1) 성씨와 계보관념
            • (2) 부변·모변과 양측적 계보관계
            • (3) 촌수와「나」를 기준으로 한 친속
            • (4) 양측적 친속의 특성과 기능상태
          • 4) 향촌사회의 친족관계망
            • (1) 생활권과 친족관계망
            • (2) 계급내혼에 의한 구성
        • 3. 사회정책과 사회시설
          • 1) 사회정책
            • (1) 진휼정책
            • (2) 의료정책
          • 2) 사회시설
            • (1) 의창
            • (2) 상평창
            • (3) 제위보
            • (4) 동서대비원
            • (5) 혜민국·기타 기구
            • (6) 지방의 의료기구
            • (7) 민간의 의료사업
        • 4. 형률제도
          • 1) 율령의 내용
            • (1)≪고려사≫형법지에 대한 검토
            • (2) 고려율의 내용
          • 2) 사법제도
            • (1) 고려율의 적용문제
            • (2) 고려물의 형벌체계
            • (3) 고려물의 행형체계
            • (4) 행형의 실태
      • Ⅱ. 대외관계
        • 1. 10∼12세기 동아시아 정세와 고려의 북진정책
          • 1) 10∼12세기 동아시아 정세
            • (1) 당송변혁기 중국의 정치적 동향
            • (2) 북방민족의 흥기와 송의 동향
            • (3) 일본의 정치동향
          • 2) 고려의 북진정책
            • (1) 국초 북진정책과 발해유민 대책
            • (2) 국초 여진문제의 발생
        • 2. 5대 및 송과의 관계
          • 1) 5대와의 관계
            • (1) 태조대의 대중국관계
            • (2) 혜종·정종대의 대중국관계
            • (3) 광종대의 대중국관계
          • 2) 송과의 관계
            • (1) 정치적 관계
            • (2) 문화적 관계
            • (3) 여송 교통로
            • (4) 경제적 관계
        • 3. 북방민족과의 관계
          • 1) 거란 및 여진과의 전쟁
            • (1) 거란의 침입과 그 항쟁
            • (2) 여진정벌과 9성
          • 2) 거란 및 금과의 통교
            • (1) 거란과의 통교
            • (2) 금과의 통교
        • 4. 일본 및 아라비아와의 관계
          • 1) 일본과의 관계
            • (1) 사절의 내왕
            • (2) 표류민의 송환
          • 2) 아라비아 및 남양 여러 나라와의 관계
            • (1) 고려와 아라비아와의 관계
            • (2) 남양 여러 나라와의 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Ⅱ. 중앙 정치구조
      • Ⅲ. 지방 통치체제
      • Ⅳ. 군사조직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Ⅲ. 러일전쟁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Ⅲ.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12) 신분제도의 성격

 고려의 사회구성원은 누구나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이행하도록 기대되었다. 그 역할은 흔히 役으로도 일컬어졌는데 씨족을 기본 단위로 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대로 세습되었다. 동일한 사회적 역할을 세습적으로 수행하는 무수한 씨족들을 묶어서 편성한 것이 신분계층이었다. 이 때 편성의 단위가 된 것이 班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신분계층이 다 반으로 편성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편성된 신분계층은 대개가 지배계층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신분제도가 지배계층 위주로 그들에 의하여 주도되었다는 점에서 고려 신분제도를 班體制로 이해하여 큰 무리는 없다. 여하튼 신분계층이 저마다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역할에는 귀함과 천함이 기준이 되어 높고 낮은 차이가 있었다. 어느 것은 귀하고 어느 것은 천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의 차이가 두어졌다는 뜻이다. 그 차이에 따라서 어떤 역할은 사회적 특권(권리)으로서의 의미가 제약(의문)으로서의 그것보다 크기도 하고 어떤 역할은 그 반대가 되기도 하였다. 이 사회적 특권이나 제약의 크기에 따라서 신분계층의 사이에 차등이 두어졌다. 신분계층마다 신분상 지위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신분계층 사이에는 장벽이 놓여서 서로 넘나들 수 없게 되었다. 신분계층은 제각기 서로 다른 신분상 지위에서 그것이 사회적 권리를 뜻하건 반대로 의무를 의미하건 저마다 나름대로 부과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였다. 왜냐하면 그것이 신분사회의 안정과 유지에 기여한다고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고려의 신분제도가 시행되는 데 있어서 위정자들이 각별히 유의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신분계층 사이에 장벽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일이었다. 위정자들은 신분계층 사이의 이동을 억제하고 각별히 낮은 신분 계층이 높은 신분계층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는 일에 신경을 썼다. 신분이동의 억제 특히 신분상승의 방지는 하나의 원칙이었다. 이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 철저하기로 유명한 것은 신라였다. 골품제도의 시행에 있어서 진골에서 6두품으로 내려오는 예는 더러 있었지만 6두품이 진골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었다. 고려라고 해서 그 원칙이 가볍게 다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 원칙에 반대되는 현상들이 고려의 경우에는 많았다.다음에 드는 것은 그에 관한 비근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樂工으로서 3, 4명의 아들이 있는 경우에는 한 아들로서 業을 잇게 하고 그 나머지는 注膳·幕士·驅史에 속하게 하였다가 陪戎副尉·校尉에 옮기되 耀武校尉에 이르러 한정시켜라(≪高麗史≫권 75, 志 29, 選擧 3, 銓注 限職 문종 7년 10월 判).

 신분이동의 억제나 신분상승의 방지라고 하는 원칙대로라면 악공의 3, 4명이나 되는 아들들은 모두 父業을이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위의 사료 는 오직 한 아들만을 위의 원칙에 맞게 조치하였을 따름이다. 나머지 2∼3명 의 아들들은 雜類가 되고 더 나아가 요무교위로 한정하여 武散階로 나아가게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高麗史≫의 위와 같은 限職條만 보아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한직의 규제를 받는 대부분의 신분계층은 실제에 있어서 品官이 되어 관인계층으로 나아가서는 안되는 사람들이었다. 예컨대 잡류는 그저 吏族으로 있으면서 吏職을 세습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공장·승려·군인·부곡리 등의 예가 역시 모두 그러하였다. 신분이동의 억제나 신분상승의 방지라고 하는 원칙에서 말하면 그들은 한직이라는 것부터가 무의미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원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직제도가 시행된 것은 바로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을 위하여서였다. 사실 과거제도나 選軍制度도 이러한 시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122) 결국 신분이동의 억제나 신분상승의 방지가 중요하였듯이 그 허용도 역시 그러하였으며, 전자가 원칙으로서 중시되었듯이 후자도 또한 그러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원칙이 신분제도의 운용에 동시에 적용되고 있었다는 점이 고려의 신분제도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첫번째로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데 고려의 위정자들은 서로 모순되는 두 원칙을 충돌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들은 이 둘이 균형과 타협과 조화의 관계에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그들은 신분이동을 억제하고 신분상승을 방지하는 원칙을 우선으로 삼았으며 그것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 원칙에 훨씬 더 기운 상태에서 신분이 둘 사이에 조화의 관계가 성립되었던 것이다. 이 점이 고려신분제도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두번째로 중요한 사실이다.

 한직제도를 운용해서 잡류·승려·군인·공장·부곡리의 자손들에게 어느 선까지는 관직에 나아가게 하였지만, 각각의 신분계층을 떠나서 그렇게 된 사람들이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또 그렇다고 간직에 나아간 그들로부터 관인계층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과거제도나 선군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요컨대 고려의 신분제도는 신분상승을 방지하는 원칙과 그것을 허용하는 원칙이 동시에 적응되어 시행된 제도였다. 두 원칙은 본래 서로 모순되는 것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조화와 균형의 관계에 있었다 이 조화와 균형은 신분상승을 억제하는 원칙에 압도적인 비중을 두면서 이루어졌다. 신분상승을 억제하는 원칙에 훨씬 더 무게가 두어진 속에서 이루어진 균형이었고 조화였던 것이다. 이러한 균형과 조화의 관계에 바탕을 두고 사회적으로 평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 고려의 신분제도였다. 무신란의 발생은 바로 이러한 균형과 조화의 관계에 틈이 생겨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나아가 그러한 관계에 기초한 사회적 평형에 동요가 생겨났음을 뜻한다. 그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班體制의 이완이었다.

<洪承基>

122)李基白은 고려의 신분제도가 세습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비교적 유동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身分의 변동이 부단히 행해지고 있었음도 설명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주로 과거제도와 관련지어 鄕吏와 그리고 選軍制度와 관련지어 軍人의 경우를 설명하였다(李基白,<高麗時代 身分의 世襲과 變動>, 앞의 책, 971, 96∼99쪽 참조).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