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조선 시대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Ⅲ. 지방 통치체제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Ⅱ. 한민족의 기원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Ⅱ.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1. 정치사상 기반
        • 2. 통치 구조
          • 1) 관료체제의 특징
          • 2) 통치기구
        • 3. 경제구조
        • 4. 사회신분구조
      • Ⅱ. 중앙 정치구조
        • 1. 정치구조의 정비와 정치기구
          • 1) 정치구조의 정비
          • 2) 정치기구의 기능과 구성
            • (1) 도평의사사·문하부·(의흥)삼군부·집현전
            • (2)≪경국대전≫상의 직계아문
            • (3)≪경국대전≫상의 6조 속아문
        • 2. 관직과 관계
          • 1) 관직
            • (1) 문반직·무반직·잡직
            • (2) 실직·허직·녹직·무록직
          • 2) 관계
            • (1) 문산계와 무산계
            • (2) 종친제·의빈계
            • (3) 잡직제
          • 3) 관직과 관계
      • Ⅲ. 지방 통치체제
        • 1. 지방 통치체제의 특징
        • 2. 8도체제의 확립
        • 3. 군현제의 정비
          • 1) 속현의 주현화
          • 2) 임내의 정리
            • (1) 속현의 정리
            • (2) 향·소·부곡의 정리
          • 3) 면리제의 정착
          • 4) 군현 명칭의 개정
          • 5) 소현의 병합과 그 한계
          • 6) 향리 직제의 개혁
        • 4. 행정구역과 행정체계
          • 1) 행정구역
            • (1) 도역과 군현 및 면·리 편성
            • (2) 특수구획:월경지와 견아상입지
          • 2) 지방 행정체계
            • (1) 도의 직제와 행정체계
            • (2) 군현직제와 행정체계
        • 5. 지방자치적 기구
          • 1) 경재소와 유향소
          • 2) 면리임과 5가작통제
          • 3) 향촌 제규약과 좌목
      • Ⅳ. 군사조직
        • 1. 초기 군사제도의 정비
          • 1) 초기 중앙군제의 정비
            • (1) 10위제와 특수부대
            • (2) 사병혁파와 10위제의 변화
          • 2) 초기 지방군제의 정비
            • (1) 육수군
            • (2) 수군(기선군)
            • (3) 익군
          • 3) 군역제도의 정비
            • (1) 군역의 일원화
            • (2) 보법의 성립
        • 2. 5위체제의 확립과 중앙군제
          • 1) 5위체제의 확립
          • 2) 5위의 병종
          • 3) 금군
          • 4) 5위의 군계급과 편제
          • 5) 수도방위의 실제
            • (1) 입직
            • (2) 행순
            • (3) 시위·첩고·첩종
        • 3. 진관체제의 확립과 지방군제
          • 1) 진관체제의 성립
          • 2) 진관의 편제와 유방
          • 3) 진관체제의 변화와 제승방략
        • 4. 군령·군정기관의 정비
          • 1) 군령기관의 정비
            • (1) 의흥삼군부와 군령권
            • (2) 병조권의 강화와 삼군진무소
            • (3) 군령권의 정비
            • (4) 오위도총부의 성립과 군령권의 확립
          • 2) 군정기관의 정비
            • (1) 건국 초기의 군정기관
            • (2) 병조의 군정기능 확립과 속아문
        • 5. 군비의 확충
          • 1) 화기의 발달과 성능
            • (1) 화기 제조의 발달
            • (2) 화기의 종류와 성능
          • 2) 군량미의 확보와 운송
            • (1) 각도 군량미의 확보
            • (2) 양계지방의 군량미 확보
            • (3) 군자감창의 군자미와 운송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1. 관학
          • 1) 성균관
            • (1) 명칭과 시설
            • (2) 문묘종사와 석전
            • (3) 입학 및 교육
            • (4) 관학
            • (5) 성균관의 경제적 기반
          • 2) 4부 학당(4학)
            • (1) 학당의 설치
            • (2) 4부 학당의 교육
            • (3) 4부 학당의 교관
            • (4) 4부 학당의 경비
          • 3) 종학
            • (1) 종학의 설치와 교육
            • (2) 종학의 교관
          • 4) 잡학
            • (1) 10학의 설치
            • (2) 잡학 교육
            • (3) 잡학 교관
          • 5) 향교
            • (1) 향교의 설치와 교육
            • (2) 향교의 문묘
            • (3) 향교의 교관
            • (4) 교생의 신분
            • (5) 향교의 경제기반
        • 2. 사학
          • 1) 서재
          • 2) 서당
        • 3. 과거제의 정비와 운영
        • 4. 과거의 종류
          • 1) 문과
          • 2) 생원·진사시
          • 3) 무과
          • 4) 잡과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Ⅲ. 러일전쟁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Ⅲ.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Ⅲ. 지방 통치체제

1. 지방 통치체제의 특징

 조선조 역대 지방통치의 기본방식은 왕권의 강약, 집권체제의 강화와 이완, 재지사족과 향촌사회의 성장 추세 및 훈구파와 사림파라는 집권세력의 성향에 따라 상이하였다. 勳戚과 관직에 일차적인 세력기반을 두고 막대한 토지와 노비를 소유하고 있던 서울의 훈구세력들은 군현제와 경재소, 유향소 향촌 통치체제를 관권 주도형으로 운영하려 하였다. 이에 반해, 사회·경제적 기반을 일차로 향촌에 둔 사림은 재지사족 주도형으로 그것을 운영하려 하였다.

 지방 통치체제의 근간인 군현제는 신라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정비되어 마침내 15세기에 들어와서 획기적으로 개혁되었다. 고려의 다원적인 道制가 일원적인 8도체제로 개편되고 신분적·계층적인 군현 구획을 명실상부한 행정구역으로 개혁하는 과정에서 屬縣과 鄕·所·部曲·處·莊 등 任內의 정리, 소현의 병합, 군현 명칭의 개정 등을 단행하였다. 또한 고려의 事審官制가 경재소와 유향소로 분화되어 발전해 나갔는가 하면, 임내의 소멸과 直材化 및 인구의 증가에 따른 자연촌의 성장과 함께 군현의 하부구획으로 새로운 면리제가 점차 정착되어 나갔다. 또한 종래의 按廉使와 監務를 2품 이상의 관찰사와 士類 출신의 현감으로 대치하는 등 감사와 수령의 직급을 올리고 外官久任法과 部民告訴禁止法의 실시를 통하여 왕권의 대행자인 외관의 권한을 강화하였으며, 종래 향읍의 실질적인 지배자 위치에 있던 향리를 점차 지방관서의 행정 사역인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중앙집권적 양반지배 체제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조선 초기의 군현제 정비의 기본방향은 결국 위로는 고려시대 지방통치체제를 개혁하고 아래로는 조선 후기로 이어지는 과도기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가령 8도체제가 확립되었다 하더라도 전기에는 감사의 임기가 남쪽 6도와 북쪽 양계에 따라 차이가 있었고, 또 양계는 「率眷兼尹」한 데 비해 6도 감사는 「單身到界」하여 1년 임기 동안에 관내의 군현을 늘 순력하였다. 한편 전기에는 임내가 전국적으로 85개(속현 72, 부곡 11, 향 1, 소 1)나 존속해 있어서 후기처럼 면리제가 전국에 일제히 실시되지 못하고 지방에 따라 직촌과 임내가 병존하였다. 또 향리의 권한도 종전에 비해 많이 감축되었다고 는 하지만, 후기와 비교해 볼 때 아직 그 지위가 현저하게 격하되지 않았으며, 재지사족의 분포도 일부 지방에 치우쳐 있었다. 또한 전기에는 경재소가 각기 해당 읍의 유향소를 거느리고 지방통치에 크게 작용하고 있었으나 이것도 임진왜란을 겪은 뒤 완전히 혁파되었다(1603).

 조선 초기의 군현제 정비는 위로는 8도체제와 아래로는 면리제를 확립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지방통치는 군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지방행정은 수령을 중심으로 행해졌다. 邑格과 수령의 직급은 여러 단계로 구분되었으나 행정 체계상으로는 모두 병렬적으로 직속상관인 감사의 관할 하에 있었다. 다만 수령이 겸대하는 군사직으로 말미암아 수령 간에 상하의 계통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특히 조선조의 중앙집권적 지방 통치체제가 비교적 잘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은, 왕→감사→수령으로 이어지는 관치행정적 계통과 경재소→유향소→面里任으로 연결되는 사족 중심의 자치적인 향촌지배 체제 및 이들 중간에 개재한 京邸吏·營吏·邑吏의 향리계통, 이 3자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道政이나 邑政(군현통치)은 행정·사법·군사 등 전반을 취급하는 하나의 종합행정인데 여기에 감사와 수령이 단독 부임한다는 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물론 감사 밑에 都事를 비롯한 여러 屬僚가 있고 대읍에는 부관인 판관이 설치되기도 했지만, 실제는 감사 또는 수령이 도나 고을의 정사를 전담하다시피 하였다.

 또한 조선 초기 이래로 소현 병합책을 누누이 거론도 해보고 시도도 해 보았지만 끝내 태종조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였다. 그렇게 된 배경은 대체로 국가적인 의도와 재지세력의 이해관계라는 두 가지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즉 효과적인 지방통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할해서 지배한다」는 원리 하에서 전국을 8도로 나눈 다음 각 도내를 다시 주·부·군·현으로 구획하고 군현 경계도 越境地와 犬牙相入地를 존속시킴으로써 군현끼리 서로 견제하고 경쟁 또는 감시하는 체제를 지속하려 했던 것이다. 양계지방을 제외한 남부 6도는 각 읍마다 土姓吏民이 존재하였고, 그들은 그 읍과 休戚을 같이 해 왔으므로 병합되거나 혁파된다는 것은, 곧 그 토착적 기반을 일조에 상실하고 타읍에 귀속되어야 했기 때문에 갖은 방법으로 군현병합을 방해하였다. 각 읍마다 경재소와 유향소를 구성한 토성사족과 유향품관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경저리·영리·읍리로 연결된 향리세력이 서울과 지방에 연결되어 있었으니 군현 병합은 바로 이러한 본관세력으로부터 완강한 저항을 받았다.

 군현 병합의 실패 요인 가운데는 당시 수취체제의 모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세·역역·공물·진상 등 주민에 지우는 부담이 전국적으로 균평하게 일체화하여 전결수와 토질의 비척, 물산 및 호구의 다과와 같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책정되지 못하고 주로 기존의 군현을 단위로 하여 배정되었기 때문에 군현에 따라 주민 부담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속현을 거느린 주읍이나 군현 병합의 결과 새로이 속현을 가지게 된 주읍은 그 속현을 착취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위로부터 배정받은 각종 부담을 속현에 과중하게 분배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읍의 몫까지 떠맡기는 것이 예사였다. 한편 양반관료사회에서 職窠가 너무 협소한 京官職에 비해 330여 읍에 설치된 수령직은 인사적체를 해소시키는데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며 동시에 有蔭子弟를 위한 진출로로 여겨지고 있었다.

 조선 초기에 단행된 지방제도 정비책은 상술한 바와 같이 하나의 획기적인 개혁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다음과 같은 한계성을 지니고 있었다. 즉 도제와 군현 구획의 개편, 연내의 직촌화, 군현 병합과 같은 시책을 실시하기도 하고 또 시도도 해보았지만 호구와 전결수를 기준한 합리적인 개편은 끝내 되지 못하였다. 또 임내의 직촌화에 따라 면리제는 정착되어 갔지만 국가 의지에 의해 구획된 행정촌은 끝내 실현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군현 병합의 한계, 경재소와 유향소의 존속, 임내와 직촌의 병렬, 월경지와 견아상입지의 광범한 존속 및 강력한 재지세력의 존재 등의 사실을 가지고, 그저 후대적인 관점에서 중앙집권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지방분권적인 성격을 강조하거나 단순히 지방통치의 미숙성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모든 역사가 계기적으로 발전한다고 볼 때 그러한 체제가 조선 초기의 지방통치에서는 오히려 편리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182)

182) 李樹健,≪朝鮮時代 地方行政史≫(民音社, 1989), 11∼35쪽.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