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조선 시대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5. 양인1) 양인의 개념(3) 양인 규범의 확립과정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Ⅱ. 한민족의 기원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Ⅱ.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Ⅱ. 중앙 정치구조
      • Ⅲ. 지방 통치체제
      • Ⅳ. 군사조직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1. 인구동향
          • 1) 편호방식
          • 2) 인구동향과 인구추계
          • 3) 인구이동과 그 영향
        • 2. 신분의 구분
          • 1) 신분제의 개편
          • 2) 4분설
          • 3) 양분설
        • 3. 양반
          • 1) 양반의 개념
          • 2) 양반의 성립과정
          • 3) 양반의 특권
            • (1) 문음의 특전
            • (2) 과거의 특전
            • (3) 관직의 특권
            • (4) 군역의 특전
            • (5) 토지소유의 특전
          • 4) 양반의 신분적 지위
        • 4. 중인
          • 1) 중인의 개념
          • 2) 중인의 성립과정
          • 3) 기술관
          • 4) 서얼
          • 5) 중앙서리
          • 6) 향리
          • 7) 토관
          • 8) 군교
        • 5. 양인
          • 1) 양인의 개념
            • (1) 양인의 범주
            • (2) 양인의 용례와 범위
            • (3) 양인 규범의 확립과정
          • 2) 양인의 신분적 특성
            • (1) 천인에 대한 양인의 상대적 신분 특성
            • (2) 양인 내부의 권리·의무상의 차등관계
          • 3) 양인의 존재양태
            • (1) 농민
            • (2) 신량역천과 칭간칭척자
            • (3) 공상인 및 기타 특수 부류
        • 6. 천인
          • 1) 천인의 구성
          • 2) 노비의 존재양태
            • (1) 공노비의 존재양태
            • (2) 사노비의 존재양태
          • 3) 노비의 입역과 신공
            • (1) 공노비의 입역과 신공
            • (2) 사노비의 입역과 신공
          • 4) 노비의 신분적 성격
          • 5) 백정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1. 가족제도
          • 1) 혼인제도와 가족유형
            • (1) 조선 초기의 혼인제도
            • (2) 조선 초기의 가족유형
          • 2) 상속제와 양자제도
            • (1) 조선 초기의 상속제
            • (2) 조선 초기의 양자제도
          • 3) 장례와 제사
            • (1) 법제로서의 상·제
            • (2) 조선 초기 상·제의 실제
            • (3) 5복제의 변화
          • 4) 족보
          • 5) 종법제도와 친족
            • (1) 조선 초기의 종법제도
            • (2) 조선 초기 친족구성
        • 2. 의식주 생활
          • 1) 의생활
            • (1) 조선 초기 복식문화의 역사적 배경
            • (2) 조선 초기 복식구조
          • 2) 식생활
            • (1) 조선 초기 주요식품
            • (2) 일상식의 관행
            • (3) 조선 초기의 주요음식
            • (4) 구황식품
          • 3) 주생활
            • (1) 취락의 입지조건
            • (2) 조선 초기 살림집의 모습
            • (3) 살림집의 구조와 생활
            • (4) 살림집의 개선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1. 가족제도
          • 1) 진휼정책
            • (1) 재해상황
            • (2) 일반대책
            • (3) 특별대책
          • 2) 진휼기구
            • (1) 구황청
            • (2) 상평창
            • (3) 의창
            • (4) 사창
            • (5) 혜민서
            • (6) 활인서
            • (7) 진제장
        • 2. 의료제도
          • 1) 의료시책
            • (1) 의학교육의 강화
            • (2) 의녀제도의 창설
            • (3) 향약의 개발과 보급
            • (4) 의서의 편찬
            • (5) 전문의의 양성
          • 2) 의료기구
            • (1) 3의사
            • (2) 제생원
            • (3) 활인서
            • (4) 지방의 의료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Ⅲ. 러일전쟁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Ⅲ.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나. 여말 선초

 고려시대에 양천제가 확립되지 못하였던 것은 골품제사회의 붕괴와 함께 세습귀족 체제는 무너졌으나 중앙에는 문벌이라는 새로운 지배층이 형성되고 외방에는 나말 이래의 지방세력이 온존하여 이들을 피지배층인 평민과 동등한 위치에 놓을 수 없었던 데서 연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고려 후기에 접어들면서 계층구조에 상당한 변모를 보이게 되었다. 우선 평민층보다 상위에 있던 향리나 경군과 같은 자의 지위가 내려가고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258) 다음으로는 평민층보다 하위에 있던 부류들의 경우에는 고려 후기에 들어오게 되면 향·소·부곡이 해체되어 일반 군현화되면서 그 지위가 개선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노비 아닌 자 사이의 등질화가 괄목할 만큼 진행되자 평민층과 향리·경군층 사이에 존재하던 신분적 경계선이나 평민층과 잡척층을 구분하던 경계선이 모두 흐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고려 후기에도 여전히 문벌은 잔존하였으나 이미 사회 내부에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건설하려는 사대부세력이 자라고 있었다. 이들은 기존의 문벌체 제를 타파하기 위해서 문벌을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군주권을 확립하려 하였고 공개경쟁에 의한 능력주의 원칙을 내세우게 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군신관계의 절대성이 강조되면서 보편적 신민을 통솔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군주의 지위는 이념적으로 더욱 공고화되게 되며 능력주의 원칙이 강 조되면서 신분상 하자없는 모든 인민은 군주의 신민으로서 균등한 권리·의무를 가져야 할 당위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고려 후기 이래로 진행된 노비 아닌 자의 등질화를 바탕으로 하여 노비 아닌 자를 신분상 균등한 위치에 놓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첫째, 노비가 아닌 자로서 신분적 차별을 받으면서 국가의 특별관리 대상 이 되고 있었던 특수한 부류의 상당수가 조선에 들어오면서 일반 양인화되고 있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이들은 국가에 의해 명확히 양인으로 지칭되게 된 점이 주목된다. 태종 말년에 고려 이래의 애매한 신분적 위치에 처해 있던 稱干稱尺者를 양인으로 공인한 것은 노비 아닌 특수부류를 양인으로 인정하는 방침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세종대에 재인·화척을 “본래 양인이다”라 한 것도 이미 비노비자=양인이라는 등식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 초기에 노비 아닌 자 중의 특수부류를 양인으로 명시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호칭상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양인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지위를 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로이 양인으로 편입되었거나 양인으로 공인된 여자에 대하여 그 신역을 면제한 조치가 그것이다. 그리고 세종대부터는 특수한 신분적 배경을 가진 이러한 여자들을 파악하기 위하여 부과하였던 등록의 의무조차 폐기하여 버렸다.

 태종·세종대에 대대적으로 신역체계를 재편성하면서 세습역을 대폭 감 축하여 나간 데서도 양인을 신분적으로 균등화하려는 노력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이와 아울러 주목해야 할 점은 驛吏·津尺·鹽干처럼 여전히 천시 되는 신역을 지며 사환권의 제약을 받아야 했던 자들의 경우라도 고려시대 와 달리 그러한 신역이나 사환상의 제약이 외손 쪽으로는 전수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259) 이는 신분적인 제한이 후손에게 세습되는 범위가 반으로 대폭 줄어든 것을 뜻하는 것이다.

 둘째로, 이 시기에 양인의 권리가 보편화하고 있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사 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개방적으로 변모하면서 명목상으로만 인정되던 평민의 사환권이나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권리(이하 赴擧權)가 이 시기에 이르러 그 제도적인 뒷받침을 얻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능력주의 원칙에 따른 공개경쟁 체제가 크게 강화되고 있었다. 과거의 비중이 높아지고 음서의 비중이 낮아진 것,260) 어떤 형태로든 시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환할 수 없게 된 것,261) 관리의 임용에서의 가문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었던 것262) 등이 그것이다.

 이 시기에 교육의 문호가 대폭 확장된 것도 주목할 만한 것이다. 유학의 경우 지방의 모든 군현에 빠짐없이 향교가 설치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 며263) 유학 이외의 분야에 있어서도 중앙의 여러 기관에 역학·의학을 비롯 한 여러 학교가 나뉘어 설치되어 있었다. 2만 명에 달하는 관비 교육생이 있 었다는 것, 정부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교육기관의 확장에 힘썼던 것, 모든 국립학교가 평민에게까지 개방되어 있었던 것264) 등은 평민의 사환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로써 주목된다.

 조선 초기에 평민층에게 군역부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3품까지의 산계 를 수여한 것도 고려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서 평민과 관직 의 거리가 그만큼 좁혀지고 있었던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여말 선초에는 의무면에서도 중요한 변화들이 있었다. 공민왕대에는 국역체계를 과거의「職役」체계에서「身役」체계로 대체해 가고 있었다.265) 이 시기에 세 사람의 장정을 묶어 한 사람의 군인을 차출하는 3丁1戶 편제 원칙이 수립된 것은 田丁과 國役을 결합시킨 직역체계의 와해를 기정 사실로 하여 이에 대치할 보편적 의무체계의 시행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퇴직관인에 대한 군역부과가 시도되었다는 것은266) 신역 부과의 무차별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변모라 할 수 있다.

 공민왕대에 간헐적으로 시행되던 퇴직관인에 대한 군역부과는 위화도회군 이후 강화되었으며 조선에 들어와서 그대로 지속되었다.267) 한편 왕족에 대 한 군역부과는 세조대에 이르러서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4세대 이내의 종친 을 비롯한 왕의 근친들을 제외한 宗姓袒免以上親을 비롯한 친척들은 族親衛 에 소속시키고 이보다 더 관계가 먼 친척들은 일반 군역에 충속시켰다. 왕 족에 대한 군역부과가 이처럼 건국 후 상당한 시일이 흐른 후에야 개시된 것은 4세대가 경과하기 전까지는 왕의 근친으로서 대우를 받게 되어 있기 때문에 세조 이전까지는 왕족의 군역이 별로 문제되지 않았던 데서 연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양인이라는 규범은 이처럼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여말 선초에 이르러 뚜렷이 정착되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 초기에 양인에 속하는 사람들의 신분 호칭으로 다른 동의어를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양인」으로만 기재하고 있었던 것도 이 시기에 들어와서「양인」이라는 신분 규범이 명확히 정립된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258) 이러한 추세는 사회사적으로는 대단히 발전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평민 위에 군림하던 특권층의 소멸은 평민 지위의 상대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59) 劉承源≪朝鮮初期 身分制硏究≫(乙酉文化社, 1987), 126∼131쪽 참조.
260) 韓永愚, <朝鮮初期의 上級胥吏「成衆官」>(≪東亞文化≫10, 1971).

金龍善, <朝鮮 前期의 蔭敍制度>(≪아시아문화≫6, 1990).
261) 무과가 신설된 것과 각종 取才 시험이 마련되어 有蔭子孫의 경우에도 蔭子弟 취재를 거쳐야 하였던 것 등이 그것이다.
262) 고려시대에는「八祖戶口」를 사용하다가 조선 초기에 들어와서 친족의 기재범위가 대폭 축소된「四祖戶口」를 사용하게 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263) 李成茂, <朝鮮初期의 鄕校>(≪漢坡李相玉博士回甲紀念論文集≫, 1970)
264) 李範稷, <朝鮮前期의 校生身分>(≪韓國史論≫3, 서울大, 1976)에서는 조선 전기의 향교에 평민들이 실제로 입학하고 있었음이 밝혀져 있다.
265) 고려시대의「직역」에서 조선시대의「신역」으로 국역에 대한 호칭이 변화한 것도 보편적인 의무체계의 성립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직역이란 어디까지나 토지의 지급을 매개로 부여된 의무이며 특정한 부류에게 부과되는 의무인 반면에 신역은「有身則有役」이라는 표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든 개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는 것임을 선명히 보여주는 용어이어서 그 성격상의 차이가 뚜렷하다.
266) 閔賢九, <高麗後期의 軍制>(≪高麗軍制史≫, 陸軍本部, 1983).
267) 韓永愚, <麗末鮮初 閑良과 그 地位>(≪韓國史硏究≫4,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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