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연신
고려나 조선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제사의 대상으로는 天·地를 포함하여 風·雲·雷·雨라든가 명산이나 대천 등의 여러 자연신에 대한 것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수준이 상대적으로 저급하여 생활수단의 대부분을 자연에 의존해야 했던 전근대사회에서는 자연현상 자체가 곧 인간의 생존을 좌우하는 외경스러운 존재였으므로, 그에 대한 숭앙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특히 농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던 지역에서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많은 내우외환의 시련을 겪고 수립된 조선왕조에서는 그러한 자연신의 숭앙의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즉 잡다한 자연현상에 대한 이른바 淫祀를 대폭 정리하여 사전에서 아예 제거시키는 한편, 나머지 자연신에 대해서도 유교적 예제에 따라 그 등급과 서열 및 致祭의 형식을 많이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고려시대에 정립된 전통적 祀天·祭地의 의례인 圓丘·方澤祭는 이 때에 와서 폐지되었으며, 風·雲·雷·雨·岳·海·瀆이라든가 先農·先蠶·雩祀와 같이 인간의 일상생활이나 농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자연신들은 일괄 격상시켜 中祀로 받들고, 나머지 자연신에 대해서는 小祀로 일괄 정립하되 도교 혹은 불교와 결부된 민속적 祈禳祭를 대폭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전반적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다양한 국가제사 규모에 비하여 훨씬 간략하게 정비된 편이었다. 여기서는 제례의 치폐를 두고 많은 논란을 벌였던 圓丘祭와 여타 자연신499)의 두 가지로 나누어 고찰하기로 한다.
499) | 조선왕조 祀典의 中祀·小祀에 오른 여러 제사 가운데 文宣王과 역대 시조 및 국왕 이외의 나머지는 가령 先農·馬祖와 같이 人神 혹은 獸神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일괄 자연신으로 다루기로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