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조선 시대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Ⅰ. 과학1. 전통적 자연관
    • 01권 한국사의 전개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08권 삼국의 문화
    • 09권 통일신라
    • 10권 발해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1. 전통적 자연관
          • 1) 재이현상으로 본 전통적 자연관
            • (1) 가뭄으로 본 재이
              • 가. 원단 기우
              • 나. 불교식 기우
              • 다. 무격에 의한 기우와 도교적 기우
              • 라. 음양오행설에 따른 기우
            • (2) 그 밖의 재이 몇 가지
          • 2) 풍수지리로 본 자연관
            • (1) 한양 천도의 논리
            • (2) 태종의 음양지리
            • (3) 세종대의 논의
            • (4) 이지함과 남사고의 유산
          • 3) 유학사상을 통해 본 자연관-유교정치와 자연
            • (1) 일식과 태양 관련의 자연현상
            • (2) 연산군의 정치 천문학
            • (3) 중종대 암탉의 수탉 되기
        • 2. 천문 기상학
          • 1) 서운관·관상감의 설치와 그 기능
            • (1) 관장업무와 직제
            • (2) 관아와 관측규정
          • 2)<천상열차분야지도>
            • (1) 그 성립과 구성
            • (2) 관측연대와 조선 천문도
          • 3) 천문대와 관측기기
            • (1) 간의대의 설치
            • (2) 간의대의 관측기기
          • 4) 해시계와 물시계의 제작
            • (1) 세종대의 해시계
            • (2) 자격루와 옥루
          • 5) 천문학 서적의 간행
            • (1)≪칠정산내외편≫과 역학서의 편찬
            • (2)≪제가역상집≫과≪천문유초≫
          • 6) 측우기의 발명과 농업기상학의 발달
            • (1) 측우기와 수표의 발명
            • (2) 농업기상학의 발달
        • 3. 물리학과 물리기술
          • 1) 도량형과 자기의 이론
          • 2) 자석과 자기의 이론
          • 3) 수리기술과 기계장치
          • 4) 화약과 화기의 제조
        • 4. 의약과 약학
          • 1) 의약정책
            • (1) 고려 의학의 계승
            • (2) 향약 장려정책
              • 가. 향약의 장려와 감별
              • 나. 향약의 분포실태 조사
              • 다. 향약의 융성과 쇠퇴
            • (3) 중국 약의 이식과 재배
            • (4) 약재의 무역
              • 가. 중국과의 무역
              • 나. 일본·남국과의 교류
            • (5)≪신주무원록≫의 편찬
              • 가. 법의학적 재판의 창설
              • 나.≪무원록≫의 전래와 응용
              • 다.≪신주무원록≫의 간행
          • 2)≪향약집성방≫의 편찬과 간행
            • (1) 편찬 배경과 과정
            • (2) 특징과 의의
          • 3)≪의방유취≫의 편찬과 간행
            • (1) 편찬과정과 편집방식
            • (2) 인용문헌
            • (3) 오늘날 전하는≪의방유취≫
          • 4) 의서의 편찬과 간행
            • (1) 중국의서의 수입과 간행
            • (2) 국내 의서의 편찬과 간행
            • (3) 허준의 의서 편찬
            • (4) 의서의 언해
          • 5)≪동의보감≫의 편찬과 간행
            • (1) 편찬배경과 저술과정
            • (2) 내용과 편집체계
            • (3) 특징과 의학사적 의의
            • (4) 간본
              • 가. 우리 나라 간본
              • 나. 일본 간본
              • 다. 중국 간본
          • 6) 다원적인 의료상황
            • (1) 의학의 분화
              • 가. 침구술
              • 나. 종기 치료술
              • 다. 나력의
            • (2) 온천·냉천 및 한증욕의 발달
              • 가. 온천욕
              • 나. 냉천
              • 다. 한증욕
            • (3) 양생술의 유행
            • (4) 종교적 의료
              • 가. 무속적 의료
              • 나. 불교적 의료
              • 다. 도교적 기양법
      • Ⅱ. 기술
        • 1. 농업과 농업기술
          • 1) 농업과 그 환경
            • (1) 자연환경
            • (2) 인구와 농업노동력
            • (3) 노동수단
              • 가. 역축
              • 나. 농구
              • 다. 수리사업과 수리시설
            • (4) 노동대상
              • 가. 농경지
              • 나. 토성과 비료
              • 다. 작물재배 범위와 농업지대의 분포
          • 2) 농업기술
            • (1) 수전농법
              • 가. 벼농사법
              • 나. 파종·시비·제초·물관리 등의 기술
              • 다. 이앙법
              • 라. 벼농사의 위치
            • (2) 한전농법
              • 가. 한전의 상태
              • 나. 한전의 작부체계
              • 다. 한전작물의 종류
              • 라. 한전작물의 파종법
            • (3) 서지법
            • (4) 시비법
            • (5) 경법과 쟁기
            • (6) 농구체계
          • 3) 농업기술의 성격
        • 2. 인쇄기술
          • 1) 금속활자의 주조 및 조판인쇄
            • (1) 관주활자
            • (2) 민간활자
          • 2) 목활자의 제작 및 조판인쇄
          • 3) 목판의 판각 및 인쇄
          • 4) 서적의 인쇄
            • (1) 관판본
            • (2) 국왕 및 왕실판본
            • (3) 사찰판본
            • (4) 서원판본
            • (5) 사가판본
        • 3. 군사기술
          • 1) 화약과 화기의 전래
          • 2) 화약의 제조
          • 3) 화기제작기술의 부침
            • (1) 화기발달의 시초(태종대)
            • (2) 화기발달의 진전(세종 전기)
              • 가. 염초생산의 확대와 화약성능의 향상
              • 나. 화기개량 및 발명
              • 다. 화포보급의 확대
              • 라. 화기주조의 증가와 방사군의 강화
              • 마. 개인비법기의 종말
          • 4) 조선 중기의 화기
            • (1) 총통
              • 가. 대형화기
              • 나. 완구
              • 다. 소형총통
              • 라. 백자총통
              • 마. 불랑기
              • 바. 외국형 화기
            • (2) 발사물
            • (3) 화약무기의 특징
      • Ⅲ. 문학
        • 1. 한문학
          • 1) 한문학의 맥락
            • (1) 조선왕조 개국과 한문학
            • (2)≪동문선≫과 조선문학
            • (3) 문이재도론의 전개
          • 2) 사림파의 한문학
            • (1) 목릉성세와 성정미학
            • (2) 사림파의 품격론
            • (3) 사림파의 음영성정
        • 2. 국문학
          • 1) 훈민정음 창제와 국문학
          • 2)≪용비어천가≫와≪월인천강지곡≫
          • 3) 악장과 경기체가
          • 4) 시조와 가사
          • 5) 설화와 소학지희
        • 3. 언어
          • 1) 문자생활
            • (1) 한자와 한글
            • (2) 한글의 사용과 보급
          • 2) 언어
            • (1) 한글문헌과 그 언어
            • (2) 음운
            • (3) 문법
            • (4) 어휘
      • Ⅳ. 예술
        • 1. 음악
          • 1) 왕립음악기관의 역사적 변천과 활동범위
            • (1) 왕립음악기관의 역사적 변천
              • 가. 아악서와 전악서 및 봉상시
              • 나. 악학과 관습도감
              • 다. 장악서와 악학도감
            • (2) 장악원의 직제와 활동범위
              • 가. 장악원의 직제와 음악인
              • 나. 장악원의 활동범위
          • 2) 아악의 부흥
            • (1) 건국 초기의 악가제정
            • (2) 세종대의 율관제작과 악기제조
              • 가. 박연의 율관제작
              • 나. 악기도감과 주종소
            • (3) 세종대의 아악제정과 박연
              • 가. 조회아악의 제정
              • 나. 회례아악의 제정
              • 다. 제례아악의 정비
              • 라. 박연의 업적
            • (4) 아악이론과 음악양식
              • 가. 아악이론의 개관
              • 나. 아악곡의 음악양식
          • 3) 향악과 향악정재
            • (1) 향악기와 향악곡
              • 가. 향악기
              • 나. 향악곡
              • 다. 세종대에 창제된 향악곡
              • 라. 고려 항악곡의 개작
            • (2) 향악의 음악양식
              • 가. 향악의 악조개관
              • 나. 향악의 음계·선법·조
              • 다. 향악의 양식적 특징
            • (3) 향악정재와 민속악
              • 가. 향악정재
              • 나. 민속연예
          • 4) 당악과 고취악
            • (1) 당악과 당악정재
              • 가. 당악기와 당악곡
              • 나. 당악정재
            • (2) 당악의 향악화와 음악양식
              • 가. 당악의 향악화
              • 나. 보허자의 음악양식
            • (3) 고취악
              • 가. 고취의 종류와 악기편성
          • 5) 악서와 기보법
            • (1) 악보와 악서편찬
              • 가. 세종대와 세조대의 악보편찬
              • 나. 성종대의≪악학궤범≫편찬
              • 다. 고악보
            • (2) 새 기보법의 창안
              • 가. 정간보 및 오음약보의 창안
              • 나. 합자보와 육보의 등장 및 기타 기보법
        • 2. 건축
          • 1) 건축기법과 특징
          • 2) 도성의 건설
            • (1) 도성건설의 개요
            • (2) 태조의 도성건설
              • 가. 정도
              • 나. 정도전의 도성건설 참여
            • (3) 태종의 도성건설
            • (4) 세종과 그 이후의 도성건설
          • 3) 읍성의 축조와 관아시설
            • (1) 읍성의 축조
            • (2) 관아의 시설
          • 4) 사전의 건축
            • (1) 사단의 조영
            • (2) 사묘 건축
            • (3) 학교 건축
          • 5) 사원의 건축
          • 6) 민가의 건축
        • 3. 도자
          • 1) 분청사기와 조선청자
            • (1) 분청사기
              • 가. 분청사기의 정의
              • 나. 분청사기의 특징
              • 다. 분청사기의 발전과정
              • 라. 분청사기의 종류
            • (2) 조선청자
          • 2) 조선백자
            • (1) 세계도자사와 조선백자
              • 가. 세계도자사의 흐름
              • 나. 조선백자의 전개
            • (2) 조선백자의 시작과 확산
            • (3) 조선백자의 변천
          • 3) 청화백자
          • 4) 조선백자의 문양
          • 5) 사옹원과 분원
            • (1) 사옹원
            • (2) 분원
            • (3) 분원의 운영개요
        • 4. 회화
          • 1) 고려전통의 계승과 중국화풍의 수용
            • (1) 고려전통의 수용
            • (2) 중국화풍의 수용
          • 2) 왕공·사대부와 회화
          • 3) 도화서와 화원
          • 4) 회화의 제경향
            • (1) 안견의 화풍
            • (2) 강희안과 강희맹의 화풍
            • (3) 이상좌의 화풍
            • (4) 이장손·최숙창·서문보의 화풍
            • (5) 이암·신사임당의 화풍
          • 5) 일본 무로마찌시대 회화에 미친 영향
        • 5. 서예
          • 1) 송설체의 유행
          • 2) 왕희지체의 전통
          • 3) 금석과 사경의 서풍
          • 4) 한글서체의 필사화
        • 6. 공예
          • 1) 금속공예
            • (1) 범종
              • 가. 흥천사 동종
              • 나. 해인사 홍치4년명 동종
            • (2) 사리장엄구
            • (3) 향로
              • 가. 홍무30년명청동은입사향로
              • 나. 백장암 청동은입사향로
            • (4) 청동운판과 대발
              • 가. 청동운판
              • 나. 태안사 정통12년명대발
            • (5) 도검
            • (6) 생활용구와 장신구
          • 2) 목칠공예
            • (1) 목공예
            • (2) 칠공예
        • 7. 조각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42권 대한제국
    • 43권 국권회복운동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46권 신문화운동 Ⅱ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Ⅰ. 과학

1. 전통적 자연관

1) 재이현상으로 본 전통적 자연관

 한국역사에는 수많은 자연현상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전통사회의 역사 기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朝鮮王朝實錄≫은 역대 어느 왕대에나 끊임없이 자연현상을 기록해 남기고 있다. 아직 이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는 못한 상태지만, 필자의 연구로는 이들 자연현상에 대한 기록을 당시 자연현상이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조선왕조실록≫에 등재되기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즉 당시 사람들에게 이들 자연현상은 그저 일어난 무심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정치의 잘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하늘이 내리는 災異였던 것이다.001)

 오늘날 과학의 시대라 불릴 정도로 과학과 기술이 크게 발달하고 있다. 과학이 인간생활의 모든 면을 좌우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옛날의 과학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조선 초기 지식인들의 자연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당시로서는 훌륭한 ‘과학’이었지만, 지금 우리들의 눈에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미신’에 가깝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의 자연에 관한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의 과학 역시 그 나름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하여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자연체계의 대표적 특징은 자연현상을 재이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조선왕조실록≫에는 천문현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지상의 이상현상, 그리고 세 쌍둥이의 출산과 같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이상현상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 초기 약 1세기 남짓한 기간만을 조사해 보면 이런 자연현상에 대한 기록이 자그만치 약 8천 회가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기록은≪增補文獻備考≫의 象緯考에도 상당히 수집되어 있지만, 그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조선왕조가 개창된 1392년부터 중종 22년(1527)까지 135년 동안의 재이 기록을≪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 보면 가장 많은 기록을 보이는 것은 ‘별이 낮에 보이는 현상’으로 이 기간 동안 1,281회나 된다. 그 다음으로 많은 기록은 햇무리 등으로 1,191회이다.

 이 기간 동안의 자연현상 기록을 그 빈도수에 따라 차례로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별이 낮에 보임(星晝見) 1,281 햇무리 (暈) 1,191 천둥 (雷電) 502 지진 (地震) 490 우박 (雹) 453 큰 비·홍수 256 큰 바람 (大風) 221 가뭄 (旱) 214 혜성 (彗) 206 서리 (霜) 174 별똥별 (流星) 173 이상한 구름 157 안개 (霧) 150 달의 항성 침범(月犯恒星) 137 벼락 (震, 震死) 133 별의 행성 접근(五緯掩犯恒星) 125 벌레 (蟲異) 104 전염병 (癘疫) 92 메뚜기·황충 (蝗) 88 세 쌍둥이 (生産異) 73 새 (禽) 72 화재 (火災) 70 월식 (月食) 68 눈 이상 (雪異, 大雪) 67 일식 (日食) 55 목빙·목가 (木氷, 木稼) 55 흰 꿩 (白雉) 47 이상한 따뜻함 (溫異) 46 바다물 이상 (海異, 潮水異) 46 달의 이상 (月變) 46 유언비어 (訛言, 妖言) 42 무지개 (虹) 41 달의 행성접근 (月掩犯五緯) 38 초목의 이상 (草木異) 36 산의 이상 (山異) 32 바위와 돌의 이상 (石異) 31 비의 이상 (雨土 등) 28 소 (牛) 25 이상한 추위 (寒異) 24 광물 (鑛物) 24 닭 (鷄) 22 물고기 (魚) 18 감로 (甘露) 15 행성의 상호 접근 (五緯掩犯) 13 별의 이상 (星變) 13 곡식의 이상 (穀異) 11 말 (馬) 11 해의 이상현상 (日變) 10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음 9 우물 이상 (井異) 9 호랑이 (虎) 9 하늘 이상 (天變) 7 땅이 찢어짐 (地裂, 地陷) 7 낮이 어두움 (日昏, 晝晦) 6 시냇물 호수 (川澤異) 6 건물의 이상 (宮室異) 6 노루와 사슴 (獐鹿) 6 요상스런 일 (妖) 5 여우 (狐) 5 개 (犬, 狗) 5 표범 (豹) 4 객성 (客星) 3 강의 이상 (江河異) 3 용 (龍) 2 기형아 (畸形兒) 2 눈이 오지 않음 (겨울) 1 동요 (童謠) 1 개구리 (蛙) 1 벌·나비 (蜂·蝶) 1 곰 (熊) 1 고양이 (猫) 1 흑점 (黑點) 1 귀신 (鬼) 1 기타 잡변이 (雜異) 34

 이상 정리해 본 조선초의 자연현상 기록은 그 빈도가 오늘 우리 눈으로 볼 때 그 들쭉날쭉이 심하다는 것을 당장 느끼게 된다. 그것은 자연현상을 자연현상 그 자체 때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상현상이 갖는 재이적 의미를 중시했기 때문에, 재이로서 관찰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별이 낮에 보임’과 햇무리 등은 재이로서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다른 자연의 이상 중 실제 피해를 주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빈도가 가장 높은 두 가지 재이는 오히려 일반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는 않는 자연의 이상현상이다. 별이 낮에 보였다는 기록은 주로 금성(또는 당시 표현으로는 太白)이 낮에 보인다는 의미이다. 또 햇무리란 해의 둘레에 여러 가지 색깔의 흔적이 보이는 일체의 현상을 가리킨다. 이들 자연현상은 주로 해의 정상적인 밝음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졌기 때문에 중시되었고, 그래서 관측 기록되었다. 해의 밝음이란 임금이 영명함을 나타내어, 만약 자연에서 해가 밝기를 잃게 되면 그것은 임금의 밝음에 위협 요소가 있음을 상징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열심히 관측 기록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해의 밝음을 저해하는 자연현상으로는 일식이나 그 밖의 일변, 그리고 낮에 어두워졌다는 기록 등도 있지만, 그 빈도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일식의 경우는 고려초까지는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독자적 예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조선초에 와서는 그리 심각한 재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002) 오히려 비교적 자주 나타났던 금성이 낮에 보이는 현상과 햇무리가 이런 정치적 해석에 많이 이용되었다. 또 그런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열심히 관측되고 기록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재이 가운데에는 실제적 피해가 많은 것들도 있었다. 가뭄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 밖에도 홍수·바람·우박·메뚜기나 그 밖의 해충 등이 농사에 지장을 주는 자연 재이였고, 계절에 맞지 않는 이상한 더위와 추위도 농사에 해로운 일이었다. 자연히 이런 실질적 피해를 주는 재이에도 관심이 있었고, 또 기록되었다. 또 흰 꿩이나 甘露같은 상서로운 자연 기록도 들어 있다. 이들 여러 가지 재이 가운데 가장 실질적 피해가 큰 가뭄 현상을 통해 조선 초기의 재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자.

001) 조선초의 정치현상을 자연관과 관련시켜 설명하려는 시도는 박성래의 학위 논문을 참고할 수 있다(Park, Seong-Rae, Portents and Politics in Early Yi Korea, 1392∼1519, Ph.D Dissertation, University of Hawaii, Department of History, 1977). 이 영어 논문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학술지에 연재된 일이 있다(<Journal of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한국연구원, 1977∼1978). 좀 수정된 연구는≪과학사상≫에 연재중이다(박성래,<한국과학사상사>,≪과학사상≫3호부터, 1992이후).
002) 박성래,<한국과학사상사>(≪과학사상≫4, 1992), 231∼240쪽.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