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국 초기의 악가제정
조선왕조의 건국과 함께 개국공신들은 새 왕조의 탄생을 축하하는 樂歌를 제정하여 태조와 태종에게 헌정했는데, 악가제정에 공헌한 개국공신은 鄭道傳과 河崙이었다. 정도전은 태조 2년(1393) 納氏歌·靖東方曲·夢金尺·受寶籙과 같은 새로운 악가를 만들었고,471) 하륜은 태종 2년(1402) 覲天庭과 受明命이라는 악가를 지었다.472)
납씨가는 태조의 무공을 서술하고 창업을 송축하는 노래였고, 태조의 威化島 회군을 찬양한 노래가 정동방곡인데, 노래의 가사는 정도전에 의해서 창제되었으나, 노래의 곡조는 기존 악곡의 선율을 차용하였다. 즉 납씨가의 선율은 고려 향악곡의 하나인 靑山別曲에서 차용했고,473) 정동방곡의 것은 西京別曲의 선율에서 따왔다.474) 납씨가와 정동방곡은 모두 태조의 왕비인 神懿王后를 모신 文昭殿의 제향과 纛祭 의식을 거행할 때 아헌·종헌·철변두 절차에서 연주되었다.475)
태조 이성계의 건국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정도전의 몽금척과 수보록 및 하륜의 근천정과 수명명은 당시의 고취악을 본받아서 창제되었다. 수보록과 몽금척 그리고 근천정과 수명명은 모두 조선 초기에 당악정재로도 만들어져≪악학궤범≫에 수록되었다.476) 새 왕조의 건국을 송축하는 노래의 가사는 정도전·하륜과 같은 문신들에 의해서 창제되었으나, 그 노래의 곡조는 기존 악곡에서 차용했다는 점에서 서로 공통적이었다. 새 노래 중에서 몽금척·수보록·근천정·수명명이 당악정재로도 창제됨으로써 조선초 공연예술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