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당악정재
조선초의 당악정재는 두 갈래로 구분될 수 있으니, 하나는 고려왕조에서 전승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초에 복원되거나 창제된 당악정재들이다. 獻仙桃·壽延長·五羊仙·포구락·蓮花臺 등 다섯 가지는 고려조정에서 전승한 당악정재들이었다. 金尺·受寶籙·覲天庭·受明命·荷皇恩·賀聖明·聖澤·六花隊·曲破 등의 아홉 가지는 선초에 복원되거나 창제된 당악정재였다.549)
조선초에 복원되거나 창제된 아홉 당악정재 중에서 곡파와 육화대만이 宋詞의 大曲에서 유래한 것이고, 그 나머지들은 모두 태조와 태종의 공덕을 칭송한 내용의 당악정재들이었다. 육화대는 무용수들이 꽃을 들고 추는 송의 花舞를 본떠서 만든 것이고,550)≪고려사≫악지의 惜奴嬌曲破와 관련된 곡파는 세종 7년(1425)에 복원되었다.551)
夢金尺의 준말인 금척과 수보록은 정도전이 태조 2년(1393) 새로 지은 악장552)에 바탕을 두고 만든 당악정재인데, 그 내용은 모두 태조의 건국을 칭송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근천정과 수명명은 하륜이 태종 2년(1402)에 지어 악장553)을 근거로 만들었는데, 태종의 공덕을 칭송한 내용의 당악정재였다. 세종이 明으로부터 왕의 인준을 받은 내용의 당악정재가 하황은이고,554) 卞季良이 세종 원년에 명나라 황제의 등극을 축하하는 내용의 악장을 바탕으로 꾸민 당악정재가 하성명555)이다.
조선초에 새로 만든 당악정재의 내용 모두가 조선왕조의 건국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반주음악은 대체로 고려 때의 당악정재에서 연주되던 것들이었다. 예컨대 五雲開瑞朝引子·會八仙引子·步虛子令·金錢子慢·千年萬歲引子·獻天壽慢·賀聖朝令 등의 일곱 곡은 모두 고려의 당악정재에서 연주되었던 반주악곡들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 창제된 당악정재의 반주음악은 송의 詞樂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송의 敎坊樂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