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도정치의 성격
지금까지 19세기 전반의 정치, ‘세도정치’에 대하여서는 그 정치운영 특히 권력의 기반과 행사가 파행적이었다고 설명해 온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즉 “외척이 왕권을 누르고 발호했다”는 현상을 강조하여 그것 자체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며 그 시기 정치의 부정적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해 온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고종의 처가인 민씨세력의 발호가 현실의 문제였던 시기에는 어느 정도 현재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또한 집권세력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그 지배를 비판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해방 이후의 독재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켜 온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오늘날까지 심정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기와 오늘날의 정치 논리는 평면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간 사회의 정치에는 지속적인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가 규명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이며 그 변화 속에서의 정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의 정치현상을 파행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 시기에 대한 단순한 비판을 벗어나 역사의 진행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기존 ‘세도정치론’에서처럼 왕권의 절대성을 전제로 하여 외척의 발호를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중세적인 기준을 가지고 그 시기의 정치사를 파악한다는 오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조선왕조 지배체제가 변화되어 온 맥락에서 19세기 정치사를 살피고 그것이 그 시대의 사회운영 및 뒷시기로의 이행에 가지는 의미와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우리 역사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