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노임

　노임은 임노동자가 그들이 제공한 노동력의 대가로 그들을 고용한 고용주에게서 받는 품삯이다. 흔히 고가, 役價, 募立價 등으로 불리웠는데, 매일 지급되는 때도 있고, 월별로 지급되는 때도 있었다. 노임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생활비의 유일한 원천이기에 보다 많이 받기를 원하며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작업비·생산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보다 적게 지급하고자 한다. 생산성이나 능률에 견주어 노임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원칙대로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도 임노동자의 의식이 향상되면서 가급적 원칙에 가깝게 조절되어 갔다. 즉 당시에도 노임의 수준은 작업의 종류, 응모자의 성격 등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관부의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노임이 책정될 수는 없었다. 노임이 미리 결정되었다고 하여도 작업이 극히 고되고 힘들다든지, 작업장의 사정이 인부들에게 매우 불리하다든지 하면 인부의 모집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노임이 인상되고, 그 인상폭은 인부들을 작업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 이르러야 했다. 영조 7년 선조의 목릉을 이장할 때 처음에는 관부에서 책정한 모립가에 불만을 갖고 응모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는데, 노임을 인상시키자 비로소 인부들이 모여들었다.

　한편 노임은 노동력의 수요·공급의 상황에 따라서 조절되고 결정되었다. 즉 숙종 25년(1699) 한강에서 얼음을 떼내는 작업을 하려고 하였는데, 때마침 전염병이 만연하여 인부로 응모하는 자가 거의 없었다. 이에 부득이 노임을 인상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흉년이 들고 기근이 계속되면 인부로 응모하려는 자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이 때의 노임은 낮게 책정되었다. 정조 17년(1793) 북한산성 수축공사에서는 기근으로 인부들이 줄을 이어서 고가를 낮게 책정하여 하루에 쌀 석 되, 돈 1전을 지급하였는데, 이는 호구지책도 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임노동자들의 노임은 체계적인 자료가 없어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18세기초 山陵役에 고용된 인부들의 노임은 월급으로 쌀 9두, 면포 3필의 수준이 관례화되었고, 궁궐수축역에서는 쌀 9두, 면포 2필로 일정해지고 있다. 물론 같은 작업이라도 시기에 따라서 같지 않았고 같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같은 작업장에서도 작업의 종류가 다양하여 숙련노동이 있는가 하면 단순노동이 있어서 노임의 차등이 불가피하였다. 노동자들은 그 신체적 조건, 성별, 노소에 따라서 노임에 차가 있었다. 그리고 노임은 같은 일이라도 지방에 따라서 다르고, 광산같은 곳에서는 광산마다 차이가 있어 조건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기도 하였다.0345)

　임노동자들은 소정의 노임 이외에도 작업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서 특별히 수당을 받기도 했다. 즉 야간작업을 강행하게 될 때, 작업을 빨리 마쳐야 할 때, 기상조건이 나쁠 때는 노임 이외의 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이 받는 노임은 그 일이 날품팔이의 형태였기 때문에 관부의 작업장에서건 민간의 작업장에서건 ‘計日給雇’하는 방식에 의해 일당으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朔料의 형태로 지급된다고 하여도 작업일수가 계산되었다. 그러나 때로는 작업량에 따라 노임이 책정되기도 했는데, 18세기 후반 이래 이같은 방식이 널리 채택되었다. 특히 단기간의 작업에서는 이러한 지급방식이 효과적이었는데, 인부들이 노동기일을 줄이려고 열심히 작업에 임하고, 그리하여 공사가 빨리 진척되었다. 한편 노임의 형태는 초기에는 米·布의 현물로 지급되었으나, 18세기 후반에 이르면 錢貨로 지급함이 관례화되었다. 현물은 그 품질, 값의 변동, 운반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인부들은 가급적 전화로 받기를 희망하였고, 결국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이 시기에는 전화의 유통도 점차 확대되고 있었고, 조세의 상당한 부분이 금납화되고 있기도 하였다.0346)

　그런데 이들 임노동자들의 노임은 농업노동에서의 품값이나 관부의 군병·서리보다 결코 낮은 것이 아니었다. 조예의 노임은 서리보다 많았고, 산릉역에 고용된 인부의 노임은 훈련도감 군병의 급료보다 많았다. 匠人이 관부에 예속되어 있었을 때는 이들 숙련기술자보다 단순노동자가 노임이 많았다.0347) 이는 그들의 노동력이 그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아서 자유의사에 의해 노동활동에 종사하였고, 때문에 노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