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생황자보와 연음표의 등장
조선 후기 기보법의 발전과정에서 두 가지 새로운 기보법이 등장했으니, 笙簧字譜와 連音標가 그것이다. 생황자보는 가락의 높낮이를 표시한 숫자와 속도를 나타내는 부호로 이루어진 기보법이고, 연음표는 가곡선율의 높낮이와 음악적 특징을 부호로 나타낸 기보법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조선 후기에 새로 등장한 기보법이다. 생황자보와 연음표가 비록 19세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두 가지는 조선시대 음악사에서 중요시되어야 할 기보법이다. 생황으로 연주된 가곡반주를 후대에 남겨 주었을 뿐 아니라 생황자보는 정간보처럼 時價를 나타내는 有量樂譜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음표는 반주음악이 아닌 가곡의 선율을 전해주는 유일한 기보법이기 때문이다.
≪유예지≫에 전하는 생황자보는 기보법의 기능에 따라서 두 부분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한 부분은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한문으로 쓰인 1·2·3·4·5·6의 숫자이고, 다른 부분은 음의 시가를 표시한 검은 점과 흰 점이다. 한문숫자는 생황의 몸통에 꽂힌 대나무관에 표시됐는데, 指法에 따라서 숫자가 쓰인 대나무관의 끝에 뚫린 구멍을 연주자의 손가락으로 막아서 소리를 내라는 일종의 지시이다(<악보 7>).826) 시가 관련의 검은 점은 짧은 소리를 나타냈고, 흰 점은 긴 소리의 표시였다. 두 종류의 점들은 마치 서양오선보에 쓰인 콩나물 대가리의 음표와 같은 시가의 기능을 지녔다.
≪가곡원류≫(<악보 8>)·≪여창가곡록≫·≪協律大成≫에서 사용된 연음표는 가곡의 높낮이·장단·선율의 연결 등을 일정한 부호로 표기한 기보법인데, 이 기보법은 중세 서양음악의 네우마(neuma)라는 기보법에 비할 수 있다. 위의 세 문헌에 전하는 11종의 연음표는 음악적 기능에 따라서 세 부류로 구분된다.827) 첫째 부류는 음의 높낮이와 관련된 연음표인데 드는표·누르는표·막드는표가 여기에 든다. 음의 연결과 관련된 둘째 부류의 연음표는 든흘림표·눌러떼는표·접어드는표의 3종이다. 장단의 변화와 또 다른 음악적 특징을 나타내는 셋째 부류의 연음표는 연음표·장귀·반각표·불떠러진장단표·연음막드는표의 5종이다.
같은 연음표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우조가곡과 계면조가곡에서의 쓰임새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다. 예컨대 우조가곡에서 사용된 드는표는 청황종·남려·중려의 세 음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세 음 가운데 대표적인 중려와 관련됐다. 그러나 계면조가곡의 드는표는 청태주·청황종·임종의 세 음과 관련됐지만 그것은 세 음 중에서 대표적인 임종을 의미했다. 하나의 연음표가 이렇게 여러 의미로 사용됐기 때문에 얼핏 보아서 연음표라는 기보법이 무원칙해 보이지만 각 연음표의 원칙이 확실히 있었다.
<宋芳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