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조선 시대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Ⅱ. 한민족의 기원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Ⅱ.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Ⅱ. 중앙 정치구조
      • Ⅲ. 지방 통치체제
      • Ⅳ. 군사조직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1. 신분제의 이완과 민중사회의 성장
          • 1) 사족지배구조의 정착과 신분구조의 변화
          • 2) 17세기 위기 이후 대민 지배정책의 전환
            • (1) 국가의 대민 지배방식의 전환과 ‘여민휴식’정책의 철회
            • (2) 공동납체제로의 전환과 18∼19세기 호적 운영의 변화
          • 3) 사족지배질서의 동요와 민중의 성장
        • 2. 민중의 사회적 결속
          • 1) 공동체 질서와 민중
          • 2) 18세기 향촌공동체의 변화와 민중조직의 활성화
            • (1) 면리제의 강화와 민
            • (2) 동계의 변화와 분동
            • (3) 민중조직의 활성화
          • 3) 19세기 민중의 사회적 결속
            • (1) 향회의 활용
            • (2) 민중조직과 농민항쟁
        • 3. 민중운동의 사상적 기반
          • 1) 성리학에 대한 사상적 도전
            • (1) 성리학의 교조화
            • (2) 민중사상의 확산
          • 2) 민중운동의 사상적 특성
            • (1) 민중운동 속의 사상경향
            • (2) 민중사상 전파의 주체
            • (3) 정부의 대응책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1. 사회경제적 배경과 정치적 과제
          • 1) 민중세계의 각성
          • 2) 유대관계의 강화
          • 3) 향권의 추이
          • 4) 사회세력의 동향
        • 2. 유민과 명화적
          • 1) 유민
            • (1) 유민발생의 배경
            • (2) 유민의 실태와 유입처
            • (3) 정부의 유민대책
          • 2) 명화적
            • (1) 명화적 발생의 배경과 조직체계
            • (2) 활동양상과 그 성격
            • (3) 정부의 대책
        • 3. 여러 지역의 항쟁과 ‘무신란’
          • 1) 18세기 초 민중의 동향과 변산군도
          • 2) 무신란의 발단과 전개
            • (1) 18세기 초 정치정세와 ‘무신당’의 결성
            • (2) 무신당의 반정계획과 지방토호·녹림당의 가세
            • (3) 무신란의 전개와 향촌사회의 동향
            • (4) 무신란의 참가계층과 그 성격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1. 서북지방의 민중항쟁
          • 1) 사회경제적 특성과 항쟁의 배경
            • (1) 서북지방의 사회·경제적 특성
            • (2) 매향과 향권의 동향
            • (3) 중앙권력의 구조적 수탈
          • 2) 항쟁의 과정
            • (1) 서북민의 저항과 홍경래 난의 발발
            • (2) 홍경래 난의 전개과정
          • 3) 항쟁의 결과
            • (1) 홍경래 난 전후 향촌지배세력의 변동
            • (2) 반봉기군 ‘의병’의 향권 장악
            • (3) 서북민항쟁의 역사적 의의
        • 2. 삼남지방의 민중항쟁
          • 1) 사회경제적 배경과 정치적 여건
            • (1) 사회경제적 배경
            • (2) 정치적 여건과 지방사회의 운영
          • 2) 항쟁의 과정과 양상
            • (1) 항쟁의 발생 지역
            • (2) 항쟁의 직접적 계기
            • (3) 항쟁의 전개과정
            • (4) 항쟁의 참가층과 주도층
            • (5) 항쟁조직
            • (6) 요구조건
            • (7) 공격대상
          • 3) 정부의 대책과 항쟁의 의미
            • (1) 농민항쟁에 대한 정부의 대응
            • (2) 삼정에 대한 대책
            • (3) 이정책에 대한 반대 논의와 저항
            • (4) 농민항쟁의 평가
        • 3. 변란의 추이와 성격
          • 1) 변란과 민란
          • 2) 변란발생의 배경
            • (1) 사회적 모순의 심화와 ‘저항적 지식인’의 활동
            • (2) ‘양이’의 침공과 ‘이단사상’의 만연
          • 3) 변란의 추이
            • (1) 19세기 전반의 변란
            • (2) 해서, 영남세력의 변란
            • (3) 광양란
            • (4) 이필제란
            • (5) 기타
          • 4) 변란의 성격
            • (1) 변란의 조직과 운동구조
            • (2) 변란의 이념
            • (3) 변란과 19세기 후반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Ⅲ. 러일전쟁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Ⅲ.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1. 사회경제적 배경과 정치적 과제

 조선 후기는 중세사회의 모순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존의 봉건적 사회구성이 급속도로 변동·해체되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활발하게 추구되던 시기였다. 변화의 움직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다. 조선 후기라는 시간적 범주 속에서도 특히 변혁의 시기로 인식되고 있는 19세기는 민중의 저항이 집중적으로, 그리고 전국적으로 발생한 시기였다. 이 때의 민중항쟁은 외형상 봉건지배층의 가혹한 탐학과 빈발하고 있던 극심한 재해 등이 계기가 되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시의 사회구조가 민중의 삶과 극도의 마찰을 빚어내지 않을 수 없게끔 모순이 심화되고 있었고, 나아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봉건권력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민중의 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19세기의 사회변동은 결코 19세기 역사 안에서만의 우연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18세기의 조선사회가 지니고 있던 역사적 모순의 산물이었다. 어느 시기에 어떠한 사회현상이던간에 그 현상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할 때 역사적 繼起性을 띠게 된다. 말하자면 19세기의 역사전개는 18세기의 역사전개, 그리고 18세기의 역사전개는 17세기의 역사전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8세기는 절대연대상으로 숙종 26년(1700)에서 정조 23년(1799)까지이지만, 대체로 영·정조 때를 지칭한다. 이 시기의 성격을 한 때 ‘안정기’, ‘부흥기’, ‘또 하나의 전성기’로 이해한 바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사회는 결코 안정된 사회는 아니었다. 양란으로 흐트러졌던 기존의 질서가 제대로 복구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변화의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었다. 기존 질서를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사회 저변에서 꾸준히 추구되고 있었고, 기득권층의 이익에 대한 신진세력의 도전이 강인하게 제기되고 있었다. 즉 18세기의 조선사회는 이전 시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여러 변화가 한층 증폭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力動性을 지니고 있었다. 농업 생산력의 증대와 상품화폐경제의 발달은 18세기의 사회를 역동성있게 움직이는 힘의 바탕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지배구조의 모순은 날로 경직화되어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켰고, 소외계층을 확대시켜 그들로 하여금 지배체제에 대한 저항을 촉진시키고 있었다.

 본래 조선사회는 양반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일반 민중의 사회생활은 매우 제약받았다. 민중은 정치적으로 지배권력에 예속되어 있었고, 신분적으로 양반층에 억압받고 있었다. 그런데 강압적이고 폐쇄적이었던 봉건적 지배체제는 이미 16세기 중엽 이래로 체제를 이끌던 힘이 약화되더니, 倭亂과 胡亂을 겪으면서는 사회운영의 기본 질서였던 신분제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지배이념으로서의 성리학의 지위도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7세기 조선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였으며 사회 전반에까지 확산된 것은 아니었다. 변화가 본격화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지배구조의 모순이 여러 방면에서 심하게 드러나면서 그러한 현실을 묵과만 할 수는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구나 이 시기의 변화에서 주목되었던 것은 기충민이 변화의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시 민중의 다수를 이루고 있었던 것은 기층민으로서의 농민이었다. 지배체제가 마련한 모순구조 속에서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신음하던 농민들이 사회의 모순을 깨닫기에 이른 것이다. 더 이상 봉건지배층에게 자신들의 삶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농민들은 나름대로 살 길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들은 황폐된 농촌에서 자신들이 당면한 생활조건을 스스로 개선해 나가야 했다.

 농민들은 농토를 개간하고 수리시설을 복구하면서 생산력을 높이기 위하여 영농방법을 개선하였는가 하면, 시장경제에 편승하여 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고자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기도 했다. 한편, 농촌사회의 변화 속에서 불가피하게 농촌을 떠나야 했던 일부 농민들은 도회지에 모여 상공업 활동을 시도하거나, 포구, 장시, 광산 등지를 찾아 임노동에 종사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평탄하게 전개되지 못하였다. 봉건지배층의 가혹한 손길은 그들로 하여금 삶을 여유있게 지내도록 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날이 가난에 쪼들리고 빚에 몰리게 했다. 이에 지금까지는 불평과 불만이 있어도 내색하지 못하고 순종하는 체 하거나, 아니면 가족을 거느리고 몰래 야반도주하여 고향을 떠나는 방도밖에 생각하지 못하던 농민들은 두레와 같은 공동체 조직을 통해 유대감과 자율성을 높여가면서 생존의 응집력을 키웠고, 마침내 집권층의 독선과 탐관오리·악덕 지주의 탐학에 대하여 도전적 행동으로 그들의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힘겨운 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고향을 떠나는 流亡도 어찌보면 지배구조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그것은 소극적 행동이었다. 이제 농민들은 종래의 소극적 자세를 바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했다. 변혁의 주체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민중의 저항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었다. 봉건적 수취체제에 대하여 避役·抗租·拒稅 등의 형태로 저항했는가 하면, 壁書·掛書·疏請 등의 방법으로 지배체제의 모순과 탐관오리의 비리를 비판하였다. 심지어는 張吉山·邊山群盜·戊申亂과 같이 무력을 동원하여 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廢四郡團·流團·才團·後西江團과 같은 조직체계를 갖춘 명화적, 즉 도적집단이 횡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배층의 멸망을 예언하는 秘記나 圖讖說이 널리 유포되었고, 미륵신앙이 사회 저변에 확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민중의 저항운동은 18세기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지만, 봉건지배층의 구조적 모순을 배경으로 한 필연적 현상이었다. 특히 그 모순은 민중의 생존권과 직결되고 있었기 때문에, 민중의 삶이 담겨져 있는 당시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는 한 18세기의 민중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바로 진단할 수 없다. 즉 18세기의 민중의 동요는 기본적으로 당시 조선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있던 사회경제적 변화의 산물이었다. 다시 말하면 18세기의 민중은 향촌에서, 도시에서 또는 농업적 측면에서, 상공업적 측면에서, 이 시기 사회경제적 변화를 주목하고서 거기에서의 자신들의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보다 분명히 자각하고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각종 침탈에 맞서면서 도전적 존재로 성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점차 깨우치게 된 이 시기의 민중은 힘을 축적하기 위해서도 당시의 사회경제적 변화가 봉건적 질서에 유리하게 편입되도록 관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 시기 그들의 움직임은 의식의 수준이나 힘의 축적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어서 외형상 群盜나 변란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민중이 일정한 지위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모순이 심화되고 변화가 추구되고 있던 18세기의 향촌사회였지만, 이 시기에 있어서도 향촌의 사회적·경제적 권한과 이익은 봉건지배층이 강인하게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중이 자율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틀을 깨야만 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