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애국계몽운동

1. 애국계몽단체

애국계몽운동은 1905년 을사조약에 의하여 국권이 박탈되고 식민지화 정지작업이 추진되고 있었던 시점에서 전개된 국권회복운동의 양대 조류－의병노선·애국계몽노선－의 하나로, 갑신정변 갑오개혁 독립협회운동으로 이어지는 개화자강계열의 운동을 계승하여 전개된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한국민족의 국권박탈은 우리의 ‘실력’과 ‘힘’이 일본제국주의의 그것보다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한 사람들이 한국민족의 실력과 힘을 양성하여 국권을 회복하려 했던 ‘민력양성운동’으로, 이 운동을 이끌어간 사상은 개화자강사상을 계승한 애국계몽사상이었다.

이 운동이 전개된 부문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언론·종교·문학·예술·학술·군사 등 모든 분야에 걸친 것이었다. 분야별로 성과의 차이가 있긴 하였지만 총괄적으로 짧은 기간에 다대한 성과를 내어 민족역량을 크게 증강시킨 것이 사실이었고 이때 양성한 실력이 독립운동에 큰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이같이 계몽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 그 후의 국권회복과 독립쟁취의 실력을 공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민중의 자각에 의한 애국적 분발을 들 수 있으며,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애국계몽운동가들의 단체활동을 들 수 있다. 즉 개인 차원이 아닌 집단 조직으로 구국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민중의 계몽과 실력 양성에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전국적 규모의 계몽단체가 설립되는 등 애국계몽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은 1905년 을사조약(제2차 한일협약) 체결 이후 실제 국권상실의 상황에 직면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을사조약을 강요하기 이전 일본은 1904년 2월 對露선전포고 후 군사적 압력으로 한일의정서의 체결을 강요, 조인케 하여 한국을 사실상 보호국화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국가의 위기를 느낀 인사들에 의해 몇 개의 단체들이 이미 설립되고 있었다. 保安會(1904. 7. 13. 창립)·國民敎育會(1904. 8. 24)·共進會(1904. 12)·憲政硏究會(1905. 5) 등이 설립된 것이다.

그러다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통감정치가 실시되면서 전국적 규모의 단체들이 등장하였다. 大韓自强會(1906. 4)가 그 대표적 단체였다. 그리고 이 단체가 해산한 후에는 大韓協會(1907. 11)가 설립되어 자강회의 형식적 후속단체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실제 당시의 계몽운동을 주도한 단체는 1907년 4월에 설립된 신민회였다. 신민회는 특히 다른 계몽단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장항쟁에 대한 본격적 준비를 단행하여 계몽운동을 한차원 올려 놓은 역할을 하였다.

한편 전국적 규모의 단체를 뒷받침하면서 계몽운동의 대중적·전국적 차원의 활성화를 이루게 하여준 것이 당시 전국 곳곳에서 설립된 학회였다. 학회는 단순히 교육단체가 아니고 교육운동을 주요 내용으로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정치운동 등 계몽운동을 전개했던 단체였다.

이 글에서는 먼저 초기의 계몽단체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전국적 규모의 대한자강회·新民會 등을 집중적으로 고찰하려 한다. 그리고 대한협회, 각 지역의 학회들에 대해서도 정리함으로써 계몽운동기 운동의 주체였던 계몽단체들을 조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