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동운동
일제하 노동운동에서 1930년대는 이전 시기와는 다른 몇 가지 발전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에서 보면 1920년대에 직업별 노동조합이 우세했다고 한다면 이 시기 노동조합 조직운동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건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합법과 비합법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1920년대에 조성되었던 이른바 문화정치 아래에서는 일정 범위 안에서 합법성을 부여받은 공개적인 노동조합들이 주로 조직되고 활동하였으나, 이 시기로 들어오면 합법 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식민지의 권력이나 기업의 요구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에 대부분의 노동조합 조직은 비합법의 비밀결사 형태로 지하에서 활동하였다.
투쟁 형태라는 점에서 보면 대중적 차원에서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운동이 단순한 파업의 형태를 넘어서서 종종 시위나 폭력의 양상을 띠었던 것도 이 시기 노동운동의 또 다른 특성이었다. 1920년대 전반기의 노동운동에서 예컨대 기업주의 온정에 호소한다든지, 식민권력의 중재에 의존한다든지 하는 현상과 비교한다면 이러한 양상 역시 커다란 변화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주류 노동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던 정통 마르크스주의 이념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노동운동에서 민족차별에 반대한다거나 일본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구호와 투쟁들이 보다 현저하고 또 빈번하게 나타났다. 즉 1930년대의 노동운동은 이전 시기에 비해 보다 심화되고 고조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1945년의 해방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성격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비록 형태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흔히 인식되어 왔던 것과는 달리 1940년대 이후 전시동원체제 아래에서도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제기하고, 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였던 것이다.
이 글은 먼저 노동조합 조직의 변화를 산업별 노동조합과 혁명적 노동운동의 두 가지로 제시하고 각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이어서 살펴 볼 개량주의와 어용노동조합은 혁명적 노동조합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서로 대치되는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이 시기 노동운동의 또 다른 단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대중적 파업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의 전개에 대해서는 1937∼1938년을 경계로 본격적인 전시동원체제로 이행하는 시기 이전과 이후로 각각 나누어 그 전개 양상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