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염색의 종류와 기법
우리 전통 염료의 특징은 주로 식물을 통한 천연 자원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전통 천연 염료는 색이 아름다울뿐더러 옷에 잘 배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한 적은 양에서도 많은 색소를 얻을 수 있고, 염료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쉽게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천연 염색은 견뢰도(堅牢度)가 떨어지기 쉬운 약점을 보강하기 위하여 염색한 옷의 색상을 유지하는 기술이 발달되었다. 예를 들어, 다홍색 염색 옷은 오미자나 매실 물에 빨아서 색상을 유지하였고, 꽃자주는 소변에 빨아서 변색을 막았다. 또한 쪽빛은 녹두 물이나 순두부 물에 빨아서 변색을 막았고, 초록은 식초를 타서 세탁하여 색이 변하지 않도록 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위의 높고 낮음을 관복의 색으로 구분하였기 때문에 염색의 중요성이 일찍부터 대두되었다. 가장 고귀한 색으로 자초 염료를 이용한 자색을 들 수 있다. 다음은 잇꽃이나 소방목을 이용한 붉은색이었으며, 치자ㆍ황백ㆍ울금ㆍ조개풀 등에서 얻 는 노란색을 중간이나 하위의 색으로 취급하였다. 또한 식물로부터 얻은 색은 음식에도 이용되었다. 소나무 꽃가루로 된 노란색 송화다식, 모시 잎을 이용한 초록색 송편, 보라색 갓으로 만든 갓김치 등이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은 천연 염료는 수천 년 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원료의 채취가 제한적이고, 염료의 추출 과정이 복잡하며, 염색 과정도 반복 공정이 많아서 노동력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고도의 숙련을 필요로 한 까닭에 19세기 이후 산업화에 따라 점차 화학 염료로 대체되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염색 공정에서의 수질 오염 등 화학 염료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면서 좀 더 친환경적인 천연 염료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쉽게 구하여 널리 사용한 천연 염료 재료로는 개나리, 개망초, 능소화, 동백, 등나무, 뚱딴지, 봉선화, 석류, 쑥갓, 애기똥풀, 작약 등을 들 수 있다. 개나리는 꽃이 지기 시작한 5월 무렵 잎을 채집하여 사용하였는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매염제(媒染劑)를 쓰지 않고도 짙은 색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염료였다. 개망초는 빈 터에 무리 지어 자라는 잡초지만 적은 양으로도 물이 잘 들고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다. 능소화는 8월 담장에 핀 잎을 따 모아서 염액을 추출하였는데, 염색이 잘 되며 동과 철을 매염제로 반복 염색하여 짙은 색을 얻었다. 동백은 염료보다는 매염제로 널리 쓰였는데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다. 등나무는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적은 양으로도 짙게 염색되는 좋은 염료 식물이다. 뚱딴지는 꽃이 피어 있을 때 좋은 색을 얻을 수 있는 염료 재료로 짙은 색을 내고 매염제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다.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에 물을 들이는 풍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석류는 짙고 좋은 색을 내는 염료로, 특히 열매의 밝은 색상이 일품이다. 쑥갓은 6월 잎과 꽃 을 채취하여 염액을 만들었다.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은 식물체에 상처를 내면 짙은 노란색의 즙이 나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땅 위로 나온 부분만 잘라 내어 잘게 썰어 끓여 염액을 얻었는데 매염제를 쓰지 않고도 짙은 색이 나온다. 작약은 8월에 잎을 따서 잘게 썬 다음 끓여서 염액으로 사용하였다. 조선시대에 사용된 염료 식물과 전통 염색을 정리해 보면 표 ‘염색 계통별 염료 식물’과 같다.
색 | 염료 식물의 종류 |
청색계 | 남(藍, 쪽), 계장초(鷄腸草, 닭의 장풀), 소방목 |
녹색계 | 갈매나무, 단풍나무, 괴화(槐花), 황백(黃柏), 밤나무 |
적색계 | 꼭두서니, 홍화, 소방목, 소목, 호장근, 봉선화 |
자색계 | 소목, 동백(冬栢), 포도, 감, 자초(紫草), 붉나무 |
황색계 | 메밀, 치자, 회화나무, 물푸레나무, 양파, 제비꽃, 홍화, 금잔화, 황백, 울금, 괴화 |
갈색계 | 소목, 메밀, 오리나무, 황련, 호두나무, 상수리나무, 뽕나무, 대추나무, 배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잣나무, 오이풀, 생강나무 |
흑색계 | 양매, 석류나무, 계수나무, 주목붉나무, 밤나무, 연자각, 상수리나무, 개옻나무, 동백, 정향나무 |
회색계 | 사과(沙果), 붓꽃, 개옻나무, 생강나무, 감나무, 진달래, 철쭉나무, 배나무, 밤나무, 포도, 감, 은행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