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왕실 혼례의 옷차림
왕실의 혼례인 가례(嘉禮)는 의식 절차와 진행을 의궤(儀軌)로 기록하였는데, 조선시대 왕과 왕세자의 가례 의식을 기록한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는 20여 건이 된다. 왕의 혼례식을 살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가례에는 우선 왕비 후보자 간택(揀擇) 과정과 간택된 왕비를 왕실로 맞이하는 의식인 육례(六禮) 절차가 있다. 왕비 후보 중에서 최종 한 명을 선택하는 세 차례의 간택 과정에 참가한 후보자에게는 모두 궁궐에서 옷을 하사하여 후보자 모두 같은 차림을 하게 한다. 초간에는 노랑 삼회장저고리에 다홍 치마를 입으며 재간, 삼간에는 초록 곁마기(당의)에 다홍 치마를 입으며 점차 장식이 화려해진다. 삼간에서 최종적으로 선택된 왕비 후보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례 때까지 별궁에 머문다. 이때 별궁으로 가면서는 비빈의 대례복 차림인 초록 원삼에 다홍 치마를 입는다. 간택된 왕비 후보자는 별궁에 거처하면서 왕실의 법도를 익히며 간택 이후 실제적인 혼례 과정인 육례 절차를 따른다.
육례 절차는 납채(納采), 납징(納徵), 고기(告期), 책비(冊妃), 친영(親迎), 동뢰연(同牢宴)의 순서로 진행된다.153) 육례 절차를 따르는 국가 최고의 경사
인 가례 의식 때에는 궐내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예복을 입고 축하한다. 참석자는 문무백관과 왕실의 친척인 종친, 궁궐 내 내명부 비빈들, 궐밖에서 축하하러 입궁한 친척 및 문무백관의 부인 외명부, 행사를 진행하고 돕는 대표적 인물인 사자(使者)와 상궁을 비롯한 궁녀들이다.
납채는 왕비로 결정되었음을 알리는 교서와 기러기를 왕비의 사가(私家) 및 별궁으로 전달하는 청혼 의식이다. 이때 왕은 면복(冕服), 종친 및 문무백관, 사자 중 품계가 4품 이상이면 조복, 5품 이하이면 흑단령을 입는다. 납징은 혼인이 이루어지게 된 징표를 보내는 의식으로 왕비의 사가에 예물을 보내는 절차를 말한다. 왕은 원유관(遠遊冠)·강사포(絳紗袍)를 착용하며 그 밖의 참석자는 납채 때와 같은 차림을 한다. 고기는 가례일로 선택된 길일을 알리는 의식이며 납징 때와 같은 옷차림을 한다. 책비는 왕비로 책봉하는 의식이며 왕은 원유관·강사포를 입고 왕비는 적의(翟衣)를
입는다. 친영은 왕이 별궁으로 가서 친히 왕비를 맞아 궁궐로 돌아오는 의식으로 왕은 면복, 왕비는 적의를 입는다. 친영은 가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절차로 이때의 행렬이 가례반차도(嘉禮班次圖)로 그려져 『가례도감의궤』로 보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왕과 왕비가 서로 절한 뒤 술잔을 나누는 동뢰연 의식이 있다. 이 의식이 부부의 연을 맺는 실질상의 혼례식으로 각종 기물이 배치된 가운데 주인공이 자리한다. 이때 주인공인 왕과 왕비는 각각 최고의 예복인 면복과 적의를 입고 의식을 행한다. 의식이 끝난 후에는 궁궐 내의 일상복인 상복으로 갈아입는다.
왕세자의 가례도 동일하게 진행되며 왕세자와 세자빈도 면복과 적의를 입는다. 다만, 각각 왕세자용, 세자빈용으로 신분에 맞추어 구별하여 입는다.
| 153) | 이성미·강신한·유송옥, 『규장각 소장 가례도감의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4, 12∼1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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