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5장 우리 먹을거리의 명품, 김치

1. 김치의 역사

[필자] 김경옥

인류는 농경을 발달시키면서 수렵 생활에서 벗어나 곡물을 생산하게 되었고, 곡물은 저장성이 있어서 주식(主食)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곡물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었다.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의 섭취가 생리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소는 곡물과 달라서 저장이 쉽지 않고, 겨울철에 생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물론 채소를 건조시켜 저장할 수도 있지만, 말린 채소는 본래의 맛을 잃게 되거나 영양소의 손실을 가져온다. 따라서 인류는 채소 저장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 결과 우리 조상들은 채소를 소금에 절이거나, 장·식초·향신료 등을 첨가하여 새로운 맛과 향을 생성시키는 저장법을 개발하였다.236) 이것이 김치 무리이다.

누구나 즐겨 먹어 우리 식탁에서 한 끼도 빼놓을 수 없는 김치의 맛과 문화에 대한 연구를 그동안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소홀히 해왔다. 지금까지 김치에 관한 연구는 주로 자연 과학 분야의 식품 공학이나 식품 영양학에서 이루어졌다. 김치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1930년대 조백현(趙伯顯)의 「저채고(菹菜考)」에서 처음 시도되고 있다.237) 이후 1970년대까지 김치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일본 쇼 소인(正倉院)에서 고문서가 발견되었는데, 이 문서에서 한국 고대의 채소 절임에 대한 기록이 확인되자 김치 연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었다.238) 그 후 1990년대에 비로소 김치에 대한 연구사가 정리되고, ‘김치 연구회’가 조직되었으며, 본격적으로 김치를 다룬 단행본이 출간되기 시작하였다.239)

<감동젓무김치>   
감동젓무김치는 곤쟁이젓·해삼·전복·잣 등 고급 재료가 들어간 무김치이다. 전통 시대에는 서울 반가에서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할 때 감동젓무김치를 담가 선물하였다.

이렇듯 김치 연구는 199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김치의 과학’이라는 주제가 주요 테마로 선정되는가 하면, 김치 축제와 김치 박물관 등 김치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중심 어휘가 되었다.240) 이러한 성향은 농림부의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김치 수출이 1억 불을 달성하여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드날렸으며, 또 김치를 비롯한 식생활 분야가 문화 콘텐츠 개발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한다.241) 또 문화관광부에서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베스트 10을 선정하였는데, 김치가 순위권 안에 등재됨으로써 음식 분야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부각되었다. 또 국내외적으로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김치를 이용한 새로운 음식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김치 햄버거’가 출시되기에 이르렀다.242)

김치는 전통 시대에 공경하는 웃어른에게 연말연시 선물용으로 증정되었다. 백자 항아리에 감동젓무김치를 담고, 집에서 담근 술과 함께 어른께 선물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김치는 정성과 의미를 담은 전통 식품이자, 세밑 선물용으로 선호할 만큼 우리 민족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품이다. 오늘날 우리는 온실에서 채소를 재배하게 되면서 계절의 변화에 상관없이 각종 신선한 채소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식생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여전히 김치이다. 또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김치를 건강식품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김치의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김치를 우리 민족의 명품으로 재인식하려는 의도에서 김치의 역사, 계절과 지역에 어울리는 김치의 종류, 김치에 첨가하는 향신료, 김치를 통해서 본 의례 문화, 김치의 효능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김치의 맛과 문화를 재정립하고, 나아가 김치의 세계화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필자] 김경옥
236)이성우, 『한국 식품 문화사』, 교문사, 1984, 88∼132쪽.
237)조백현, 「저채고(菹菜考)」, 『수원 농학회보』 3,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1938.
238)1980년대 김치에 대한 연구는 윤서석, 「정창원(正倉院) 고문서에서 유추한 한국 고대의 장류와 채소 절임」, 『가정 문화 총서』 1, 중앙대학교, 1987 ; 이성우, 「김치의 역사 및 식품 영양적 고찰」, 『식품과 영양』 8-2, 농촌진흥청 농촌영양개선연수원, 1987 ; 이춘녕·조재선, 「김치 제조 및 연구사」, 『한국 음식 문화 논총』 1, 한국음식문화연구원, 1988 등이 있다.
239)1990년대 이후 김치에 관한 연구는 이춘자·김귀영·박혜원, 『김치』, 대원사, 1998 ; 이효지, 「한국 김치 문화의 역사적 고찰」, 『농촌 생활 과학』 16-1, 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 1995 ; 장지현, 「김치의 과학」, 한국식품과학회, 1994 ; 조재선, 『김치의 연구』, 유림문화사, 2000 ; 주영하,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 공간, 1994 ; 최홍식, 『한국인의 생명, 김치』, 밀알, 1995 등이 있다.
240)최준식·정혜경,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 휴머니스트, 2004, 201쪽.
241)『동아일보』 2000년 6월 9일자.
242)최준식·정혜경, 앞의 책,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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