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철 세시 풍속

정동유의 『주영편』을 보면 2월 초하루를 소민(小民)들은 절일(節日)로 여겨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천한 자를 위하거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절일의 이름도 없다고 하였다. 그는 『고려사』 기록을 들어 고려 때 이날을 신일(愼日)로 여겼는데 이것과 서로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음력 2월, 양력으로 3월경에는 일년 농사를 준비할 시점인데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서 풍신(風神)을 모시는 풍속이 있었던 것 같다. 주로 경상도 및 제주도 일대에서 영등할머니라고 부르는 신이 이에 해당하는데 2월 초하루에 천계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20일에 다시 올라간다는 신이어서 그 기간에 관련 행사가 벌어진다.
유하원(柳河源, 1747∼?)이 1785년(정조 9) 4월 9일에 올린 상소문에 “영남 지방의 영동(靈童)에 대한 말이 50년 전부터 바닷가 한 고을에서 시작되었는데, 상주·선산 등의 고을에 이르기까지 집집마다 그것을 받들고 제사를 지내며, 2월부터 월 말에 이르기까지 농사를 폐지하고 사람과 손님을 드나들지 못하게
하니, 요사스럽고 황당하기가 무당(巫覡)보다 더 심합니다. 또한, 도신(道臣)으로 하여금 효유(曉諭)하여 중단하여야 할 것입니다(嶺南 靈童之說 自五十年前 始於沿海一邑).”(『정조실록』 권19, 정조 9년 4월 9일)라고 하여 그 유래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 때 연등제가 2월 보름에 행해졌던 것을 참고한다면 ‘영동’에 관한 현상들은 이의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 유래 또한 깊을 수도 있다.
앞서 소개되었던 『울산읍지』 풍속조에도 영동제(榮童祭)라는 것이 있어 매년 2월 첫 번째 길일에 집집마다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기양(祈禳)을 한다고 하였다. 이를 풍신제라고도 하는데 영등제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농촌에서는 또 2월에 못자리 고사를 지내는데, 집집마다 팥시루떡을 해서 가을 고사 때와 마찬가지로 늘 놓는 자리에 제물을 놓고 지낸다. 산간 지방에서는 마을 전체가 산치성을 지내고 나서 각자 집고사를 지내는 곳이 많았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10월 상달에 고사를 지내지만 정월이나 2월에 고사를 지내는 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