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미술
우리 나라의 미술을 비롯한 예술과 문화의 특성이나 특징을 살펴보고 확인하는 일은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① 우리의 미술이나 문화를 우리답게 하고, ② 우리의 것을 다른 나라나 민족의 그것과 구분 지어 주며, ③ 우리 민족의 미의식과 기호·창의력과 지혜·전통과 역사, 다른 나라나 민족과의 교류 등을 반영하고, ④ 새로운 한국미나 문화의 창출에 밑거름이 되고 참고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539)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규명하고 정의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긴 역사를 이어오며 장기간에 걸쳐 갈고 닦아진 것, 축적되고 응축된 것, 변화하고 다져진 것으로서 시대·분야·지역에 따라 다소간을 막론하고 차이를 지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술이나 문화의 특성은 ① 그 본질이 무엇인가, ②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나, ③ 어떠한 변천을 겪어 왔나, ④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참고할 것은 무엇인가, ⑤ 어떻게 계승하고 보존할 것인가, ⑥ 새로운 한국적 미술이나 문화의 창출에 어떻게 활용하고 접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와 과제를 내포하고 있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미술이나 문화의 특성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풀기 어려운 양상과 과제들이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도 이를 명쾌하고 분명하게 풀어내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과거의 문헌이나 기록들 중에서 한국미와 문화의 특성에 관한 언급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에서는 더욱 그 일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미술의 경우에는 작품들이 많든 적든, 수준이 높든 낮든 남아 있어서 제한적이나마 어느정도 특성과 변천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미술의 기나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 특성을 통시대적이고도 포괄적으로 한두 마디의 간단한 용어로 정의하고자 여러 학자들이 논의를 전개해 왔다.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悲哀의 미”·“哀傷의 미”·“자연의 미”, 고유섭의 “寂照美”·“非均齊性”·“非整齊性”·“무관심성”·“무계획의 계획”·“무기교의 技巧”·“구수한 큰 맛”, 조지훈의 “소박미”, 최순우의 “순리”·“담조”·“익살”, 조요한의 “소박미”·“해학미”, 김원룡의 “자연주의” 등이 그 대표적 예들이다.540) 이러한 정의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무리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대별로 구분하여 대표적 작품들에 의거해서 실증적으로 그 특성을 찾아보고 규명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한시대의 경우에도 초기, 전성기, 말기 등 시대의 변화나 분야와 지역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므로 되도록 그 시대를 대표하는 분야와 전성기의 대표작들을 위주로 하여 그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