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구석기시대의 생활
1) 생업과 의식주생활
구석기시대의 생활을 복원하는 일은 고고학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의 하나일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적으로 대단히 오래된 과거이어서 고고학적인 자료, 즉 유물이나 유적이 엄청난 변형을 겪은 것이며 또한 인류의 능력이 현재 살고 있는 현생인류와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료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고학 원래의 목적이 과거 인류의 생활복원이라는 점에서 자료가 아무리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도하여야 하는 것이 고고학자의 의무라고 할 것이다. 구석기시대의 생활을 복원하기 위한 자료는 구석기유적에서 출토되는 석기와 골각기, 동물뼈, 남아 있는 유구, 그리고 유적의 입지 등이 포함되지만 고고학적인 유적에서 나타난 현상은 실제 고인류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한 자료의 상황이, 구석기고고학이,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는 지극히 제한된 자료를 가지고 인간의 행위와 문화를 복원하려는 시도들에서 고고학적 이론의 개발에서 선구적인 분야의 하나라고 하겠다.
구석기인류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는 구석기고고학자들의 하나의 묵시적 전제가 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 인간을 생물학적 차원에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할 수밖에 없는 행위, 즉 생계적응의 전략은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여하여 최대한의 수확을 하는 방식(Optimal foraging strategy)인 것이다. 문화적인 선택의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생인류의 이전의 고인류에 대해서는 이러한 문화적 선택을 고려하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대단히 적다는 것이다. 최소에너지 투여와 최대의 수확전략은 구석기시대에 이루어진 고인류행위의 이해의 출발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생계를 위하여 하여야 하는 필연적인 행위방식을 전제로 이론을 형성하여 나가는 것이다.
구석기시대는 전기간에 걸쳐서 채집과 사냥, 그리고 극히 일부 지역에서 어로행위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대가 올라가면 갈수록 채집이나 다른 동물이 남긴 먹이를 수습하여 이용하는 생계방식이 보편화하였을 것으로 짐작되고 사냥은 애초에 기회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인류가 진화하면서 사냥의 방법도 발달하게 되고 이와 함께 도구의 발달이 진행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특히 사냥이 주요한 생계수단으로 보이는 지역이나 시기에는 석기들이 대단히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원시경제를 영위하는 여러 집단들을 관찰하여 볼 때, 대부분의 집단들이 채집이 주요한 생계수단이며 사냥은 기회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볼 때 구석기시대의 대부분의 기간은 채집이 위주가 된 생계경제를 유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채집하였으며 또한 어떻게 조리하였던가의 문제는 오늘날의 구석기고고학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 이외에 당시 사람들의 사회생활이나 신앙생활을 복원하는 일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반도의 구석기시대의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자료의 제약으로 상상과 추측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