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편년
한반도 무문토기문화의 발생연대와 소멸에 관한 편년은 일치하지 않으며 여러 가지 학설이 제기되었다. 특히 상한에 대해서는 기원전 15세기에서부터 6∼7세기까지로 의견이 엇갈려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무문토기문화가 만주지역의 문화와 관련이 있으며 특히 하가점문화나 우가촌문화 등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파악할 때 상한연대는 하가점 상층문화의 연대에서 구할 수 있다. 이같은 추론이 가능하다면 하가점 상층문화의 상한연대를 서주 말0279)로 파악하고 있으므로 기원전 9세기 이후에 해당된다. 이같은 연대는 방사성탄소연대를 중심으로 청동기시대의 집자리들의 상한을 파악한 견해와도 어느 정도 일치되는 것이다.0280) 또 이같은 연대는 한반도 무문토기문화 중 가장 빠른 시기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각형토기의 상한연대를 기원전 10∼9세기로 파악하는 것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다.0281) 따라서 무문토기문화의 상한연대를 밝힐 수 있는 적극적인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기원전 9세기 이후 대체로 기원전 8세기를 전후한 시기를 상한연대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무문토기문화의 석기는 유구석부의 출현, 삼각형석도의 등장, 유경식석검의 소멸과 부장용 석검의 존재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중간단계를 가지고 있다. 이 단계는 각형토기 문화유적에서도 별도끼의 등장과 같은 형태로 파악될 수도 있다. 이같은 변화는 비록 일시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 문화요소가 다른 문화요소에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문화의 변화 중 유구석부의 등장이나 삼각형석도의 발생은 부여 송국리유적이 빠른 연대에 속하는 유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파악한다면 송국리유적의 연대를 전후한 시기에 그 같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송국리유적의 연대에 대해서는 한국식동검의 발생보다 어느 정도 빠른 시기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추론이 타당하다면 대체로 송국리유적의 연대는 기원전 5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편년할 수가 있다. 이같은 연대 추론은 각형토기 유적의 편년에서 별도끼의 등장과 같은 시기에 등장한 것으로 파악되는 석탄리식 석검이나 석도가 만주식동검과 관련이 되며 그 연대를 기원전 6세기에서 5세기로 편년하는 것과도 대체로 부합된다. 따라서 기원전 5세기, 그 최대 상한을 6세기로 하는 시기에 한반도의 석기문화 체계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같은 연대는 토기의 경우 요령지방의 경우 기원전 6∼5세기의 유적에서 흑도장경호가 출토되며 한반도의 경우도 흑도장경호가 출현한다.0282) 그리고 흑도장경호의 출현과 더불어 청동유물의 양상에서 변화가 보이며 그같은 변화가 석기에도 변화를 초래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원전 6세기를 상한으로 하는 석기 체계에서의 변화와 관련될 것으로 생각된다.
무문토기문화의 하한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며 지역적으로 큰 편차를 갖고 있다.0283) 그러나 대체로 새로운 토기의 등장과 철기의 일반적인 보급 등으로 특징되는 다음 문화단계의 상한연대와 관련되며, 묘제에 있어서 지석묘의 소멸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기원전 2∼1세기를 전후한 시기를 대체적인 연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그보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청동기시대의 석기에 대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 개별 유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석검과 석도에 대하여 개관하고 그를 바탕으로 석기의 특성과 전개과정 그리고 석기 전반의 흐름에 대한 편년을 설정하였다. 지금까지의 청동기시대 석기에 대해서는 주로 개별 유물의 형식분류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이같이 석기 개개의 형식분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구도 의미가 있으나 개개 유물에 대한 자연과학을 이용한 미시적 분석을 통하여 기본적인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청동기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청동기시대 전반적인 유물·유적의 변화상을 파악하려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으나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우는 거의 없고 지역적 연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이같은 연구가 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면 청동기시대 석기에 대한 이해와 그를 통한 청동기문화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尹德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