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
기전체 역사서에서 志는 국가 대체의 기록으로서, 왕의 직능을 의미하는 동시에 제도·천문·학술·사상·지리 등 전반적인 문화내용을 분류하여 쓴 것이다. 중국의 사서는 다음의<표 7>에서 보듯이 처음의≪史記≫에서는 禮·樂·律·曆 등 8가지 항목이었는데 후대에 내려갈수록 점차 확대되어 갔다. 이에 의하면 각 문헌은 특정한 항목을 중점적으로 해설하였으니,≪漢書≫는 5行을,≪唐書≫와≪宋書≫는 禮·樂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삼국사기≫는 지리지를 크게 부각시켰는데, 강렬한 영토의식과 당과 대결한 국가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더구나≪삼국사기≫는 항목이 8항목뿐이어서≪宋史≫의 532항목에 비하면 초라하다. 이것은 사료의 결핍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곧 중국문헌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갖추고 있으나, 河渠(≪사기≫)·五行(≪한서≫)·食貨志 등이 없어 스스로 雜志라고 표현할 정도로 각 항목이 미분화되고 있다.452)
다만≪삼국사기≫의 지에서 특기할 것은 천자는 7廟이고 제후는 5廟라 하 여 스스로 중국과 다른 나라라는 표현을 썼으나, 제천행사를 기록하고 있다 는 점이다. 또한 色服·屋舍志의 경우도 귀족과 평민의 차이를 최대한 줄여 서 백성의식의 성장과정을 강조하였으며, 職官志에서는 관부의 특성을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하였다는 점이다. 즉 이 책의 지는 신라제도의 설명에 치중하였지만, 신라의 권력구조 특히 전제왕권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직관지는 신라 관부의 특성으로서 14府(部)와 19典(七寺成典을 포함하여)의 균형적 배열과 115개의 內廷官府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당의 殿中省과는 다른 신라의 독자적 정치체제를 밝혀주고 있다.453) 무엇보다도 직관지(3권)의 내용은 신라의 권력구조 설명에 치중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 전통사회의 행정제도가 갖는 기본 테두리의 이해에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