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열전

　列傳은 기전체의 말미를 장식하는 신하에 대한 기록이다. 따라서 편찬자의 주관이 많이 반영되는 부분으로서, 人臣의 사적을 나열함으로써 후세에 귀감이 되게 하는 전통 역사서술의 근간을 이룬다. 그러므로 중국문헌은 앞의＜표 7＞에서 보듯이 열전이 전체 분량의 6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삼국사기≫는 중국문헌과 달리 열전에 10권(20%)을 할애하여, 본기 위주의 서술체제에서 어느 정도 각 부분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다음의＜표 8＞에서 보듯이, 열전은 名臣(宰相·將軍 등)·循吏·酷吏·學者·叛逆 등으로 대별된다. 중국측 사서에서는 后妃·宗室(왕자·공주)傳이 설정되고 있는데,≪삼국사기≫에는 왕후·종실·왕자·공주 등의 열전이 없으며, 3장을 할애하여 金庾信을 부각시켜 고대사회의 이상형의 인물상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반역전에 해당하는 것을 말미에 입전하여 왕을 시해하고 사직을 무너뜨린 인물에 대한 응징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열전에서 요구하는 인물상은 忠孝와 義仁을 위한 爲國忠節을 기본으로 하였다.454)

　≪삼국사기≫에는 52명의 전기와 34명의 부수된 인물 등 도합 86명의 인신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개인전기를 갖고 있는 인물은 69명이다. 이 중에 신라인이 56명이고, 고구려인이 10명, 백제인은 3명뿐이어서 신라 위주의 편찬이라는 비난을 외면할 수 없다.455) 무엇보다도 이들 69명의 활

　동기간을 위의＜표 9＞에서 보듯이, 7세기에 활약한 인물이 34명이나 되어 절반이 이 시기에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것은 김부식의 편찬의도가「국가를 위해 순국한」인물을 강조하려는 것으로서, 이 책이 강렬한 국가의식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위국충절을 내세워 난세를 극복하려는 역사적 교훈을 후세에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삼국사기≫에는 31則의 論贊(史論)이 있다 귀자의 주관이 반영되는 사론으로서, 주로 유교윤리적 평가와 중국 중심의 예론을 위주로 하여 예법·덕치·군신행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456) 그러나 崔致遠이 鄙野하다고 외면한 신라의 고유왕명(居西干·次次雄·尼師今 등)을 그대로 고수하였다. 同姓不婚이 중국의 일반적인 예라 할지라도, 이를 중국의 법속으로 판단할 것 이 아니라 신라의 고유예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한 사론의 예를 들어 보자.

아내를 얻는데 同姓을 취하지 않는 것은 인륜의 분별을 중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라에서는 동성의 아내를 취하고 형제의 子姪이나, 姑姨·從姉妹를 모두 아내로 맞이하고 있으니, 비록 외국(중국)과는 풍속이 다를지라도 중국의 예법으로 이를 책망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三國史記≫권 3, 奈勿尼師今 즉위조).

　이러한 지적은 春秋之法이나 유교적인 예법이라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각 민족의 토착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독자성과 자아의식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세가라는 명칭 대신 天子의 기록이라는 본기라 칭하였고, 시조의 신성화나 제천행사 등의 서술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동등하다는 의식을 엿볼 수 있다.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