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능묘조각
고려 후기의 陵墓로 유명한 것은 공민왕의 玄陵과 魯國公主의 正陵이다. 이 밖에 다른 왕의 능도 있으나 대부분 퇴락이 심하여 조각품들을 살피기가 어렵다. 고려왕릉의 일반적인 형식은 신라시대의 제도를 계승하여 石獸·文人石·武人石·石床을 능 앞에 배치하였는데 다만 고려시대의 특징은 신라시대에는 없었던 장명등을 설치한 것이다. 봉토 밑으로는 석조의 護石을 돌리고 그 표면에 여러 가지 조각을 하였다. 능의 위치는 경사진 곳이며 능 앞은 장대석으로 여러 단의 축대를 쌓고 단을 따라 석수·문인 등을 배치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현릉과 정릉은 고려왕릉을 대표할 만큼 장엄한 규모를 자랑할 만하다.
현릉과 정릉은 동·서로 나란히 있는데 두 봉분을 따로 난간을 돌렸다. 능 앞에는 3단의 축대가 있고 계단이 설치되었다. 상단에는 난간 주위에 石羊과 石虎가 배치되고 봉분 앞에는 각각 석상과 望柱 한 쌍이 있다. 중간 층단에는 능 앞에 각각 장명등이 있고 좌·우로 문인석 두 쌍이 있으며 하단에도 좌·우에 문인석 두 쌍이 있다. 호석은 표면에 조각이 장려한데 하대석과 갑석에는 연화문이 조각되고 柱石에는 三鈷鈴, 면석에는 雲文을 가득히 조식한 가운데 관복을 입은 獸冠人身의 12지신상 입상을 조각하였다.
이들 조각은 고려 후기의 조각에서는 보기 드문 대작인 동시에 걸작이라 하겠는데 장식이 지나치게 번다하고 석인의 등이 앞으로 굽는 등 시대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장대한 규모에 비하면 조각기술은 퇴보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려 후기의 조각을 대표하는 것으로 주목해야 하겠다.
<鄭永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