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의 종류와 이수 연한
조선시대 서당에서 배운 교재는 서당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천자문』, 『동몽선습』, 『통감(通鑑)』, 『소학』, 사서삼경, 『사기』, 당송문(唐宋文), 당률(唐律) 등을 배웠으며, 『춘추』, 『예기』, 『근사록(近思錄)』 등을 읽기도 하였다. 통일된 교육 과정은 없었으나 대체로 『천자문』에서 시작하여 『소학』을 읽는 정도에서 서당 교육을 마치게 되며, 그사이에 두세 권 정도 책을 골라 읽게 된다. 이 과정은 대체로 3∼4년, 많으면 8∼9년 동안 이수(履修)하게 되는데, 이것은 학생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 교재는 대체로 친척이나 다른 사람들한테 물려받거나 헌 책을 사서 배웠으나, 당시에 영리 목적으로 상업용 출판을 한 것을 사서 이용하기도 하였다. 서당 교재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자.
조선시대 어린이들이 한자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힌 책은 『천자문』이었다. 보통 글은 서당에 가서 배우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천자문』은 부모나 조부모에게 배우기도 하였다. 『천자문』은 돈을 주고 사지 않고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직접 써서 자녀들에게 주는 집안이 많았다. 이것은 경제적인 고려뿐 아니라 자녀가 처음 학업을 시작하는 순간인 만큼 교육에 들인 관심과 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천자문』은 중국 양(梁)나라 무제가 문인 주흥사(周興嗣)에게 명하여 어린이 기초 교육용으로 지은 책이다. 말 그대로 ‘천 글자로 된 글’이지만, 1,000자가 무조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네 글자씩 뜻을 맞추어 ‘천지현황(天地玄黃)’에서 시작해 ‘언재호야(焉哉乎也)’로 끝나게 배열한 하나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처럼 네 글자가 한 문장이 되기 때문에, 글자의 음과 뜻뿐 아니라 초보 단계의 문장 구성과 어조사, 의문사 등까지 익힐 수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자연·인간·사회를 다 가르칠 목적으로 각 분야의 글자들을 두루 뽑았으므로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은 『천자문』만 겨우 배우고도 한평생 살아갈 지식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천자문』은 서울에서 석봉(石峯) 한호(韓濩)가 해서체 글씨로 써서 간행한 『석봉천자문』이었는데, 글씨 연습을 위한 서첩(書帖) 역할까지 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 들어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입문서로 가르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정약용은 『천자문』이 글자와 뜻에 치중하여 어린이가 익히기 어려우니 먼저 획수가 간단한 글자부터 가르치고 대비와 비유를 사용하여야 이해하기 쉽다고 주장하였는데, 이것은 뒤에 2,000자로 된 『아학편(兒學篇)』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천자문』의 지위는 확고하였다.
『천자문』을 마친 다음에는 주로 『동몽선습』을 공부하였다. 『동몽선 습』은 16세기에 박세무(朴世茂)가 아동용 교과서로 편찬한 것으로, 서당에서 널리 사용한 교재였다. 그 내용은 삼강오륜 해설, 유교 원리를 설명한 총설, 중국 역사와 우리나라 역사 등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국사 부분이 문제가 되어 『동몽선습』을 교재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였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은 선한 자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하늘의 밝은 섭리를 설명하고, 자기를 반성하여 인간 본연의 양심을 보존함으로써 숭고한 인격을 도야할 것을 강조하였다. 『소학』은 주로 유교 윤리 사상을 논하였으며 개인 도덕을 수양하는 것을 강조하여 유학자들에게 중시되었다.
서당에서 배우는 교재는 주로 성리학에 입각한 유교 사상과 인륜을 강조하고 주변의 자연 환경과 사회 생활에 필요한 도리를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성리학적 국가 윤리를 보급하려는 교화적 의도를 강하게 띠고 있었다. 이 책들이 기본 교과목이었지만, 서당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활쏘기, 말 달리기 또는 무기 다루기 등을 가르치는 아주 특수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향촌 서당이 널리 퍼지면서 조선 후기에는 교화적인 성격이 약화된 중인 계급의 교재가 편찬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장혼(張混)의 『아희원람(兒戲原覽)』이었다. 이 책은 아동의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자연, 사회, 역사 속에서 두루 찾아 편집한 것으로, 유학의 가치 기준이 조금 약화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