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2장 국가 의례의 음식4. 이웃 국가의 사신을 대접하다

육류를 쓰지 않은 아침상

조반은 초조반(初早飯)이라고도 하며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에 먹는 죽상(粥床)이다. 중국인은 아침을 죽으로 시작하는데, 중국 사신이 외국인 조선에 와서도 생활에 변화가 없도록 배려한 점도 있다. 그렇지만 조선에서는 “서울에는 시녀(市女)들의 죽 파는 소리가 개 부르는 듯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아침의 대용 식사로 죽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었다. 또한 궁중에서도 초조반으로서 죽은 일상식이었다. 죽은 고대 중국뿐만 아니라 헤이안(平安) 시대의 일본 궁중에서도 일상식이었기 때문에 죽으로서의 조반식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112)

사신에게 올린 조반상의 식단은 죽(粥), 면(麵), 탕(湯), 간남(肝南), 병(餠), 편(片), 채(菜), 침채(沈菜), 강초(薑醋), 청밀(淸蜜), 정과(正果), 약과(藥果), 대조(大棗)를 들 수 있다.113) 1643년(인조 21) 청나라 사신이 방문하였을 때 올렸던 조반상의 음식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죽으로는 율무죽이 올렸으며, 녹두가루로 만든 국수, 연두부 탕, 간남으로는 석이버섯과 두부·잣으로 만든 석이버섯찜과 두부찜이 올렸다. 편으로는 두부에 표고버섯을 다져 넣고 쪄서 식힌 후에 썬 숙편(熟片)을 올렸으며, 다시마에 잣을 얹어 수증기로 찐 다시마찜도 올렸다. 병으로는 녹두병·산삼병·상화병을 차렸다. 녹두병은 녹두를 갈아 참기름으로 지져낸 떡이고, 산삼병은 찹쌀가루에 산삼·꿀·물을 넣고 반죽해서 산삼 모양으로 빚어 참기름에 튀겨낸 다음 잣가루를 고물로 묻힌 떡이다. 상화병은 밀가루에 밑술을 넣 고 반죽해서 피를 만든 후에 무·연두부·석이버섯 등으로 소를 만들어 만든 일종의 만두이다. 숙채로는 표고버섯 나물을, 침채로는 무와 배추로 만든 동치미를 올렸다. 이 밖에 과일을 꿀로 조림한 건정과와 약과, 잡과 등의 과자, 대추·밤·홍시·수박·배를 각각 작은 접시에 담아 올렸다. 이렇게 차린 조반상의 특징은 육류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이런 상차림을 소선(素膳)이라고 한다.114)

<죽상>   
사신의 초조반으로 차렸던 죽상이다. 중국인은 아침을 죽으로 시작하는데, 이러한 생활 습관이 조선에 와서도 변화가 없도록 배려한 것이다.
[필자] 임혜련
112)김상보, 앞의 책, 2003, 63쪽.
113)『영접도감잡물색의궤(迎接都監雜物色儀軌)』 奎14580.
114)김상보, 『조선시대의 음식 문화』, 가람 기획, 2006, 11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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