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1장 사찰의 공간 구성과 석조물의 상징3. 석조물에 등장하는 각종 조식

팔부신중

<팔부신중>   
경주 남산리 서3층 석탑의 상층 기단에 부조된 팔부신중이다.

팔부신중(八部神衆)은 인왕, 사천왕과 마찬가지로 인도의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신을 불교에서 수호신으로 흡수한 천(天), 용(龍), 야차, 건달파(乾闥 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喉羅加)의 여덟 신을 말한다. 9세기 초에 건립된 경주 남산리 서3층 석탑의 상층 기단에 처음으로 조식되면서23) 일반형 석탑의 대표적인 장엄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상은 다른 조형물에서는 볼 수 없고 석탑에서만 조식되고 있다. 아마도 석조물의 면과 신의 수가 맞아떨어지기 어려운 조형상의 문제가 주 원인이었을 것이다.

석탑에서는 주로 상층 기단에서 볼 수 있는데, 기단의 각 면이 한 개의 탱주(撑柱, 기둥)로써 구획되어 자연스럽게 여덟 면이 형성된 구조적인 면이 작용하였던 결과로 보인다. 팔부신중 역시 앞에서 본 신과 마찬가지로 불법의 수호신으로 석탑에 등장하였고, 사천왕과의 관계로 볼 때24) 탑 신앙의 일환으로 탑을 거룩하고 엄숙하게 표현하는 데 따른 등장으로 해석된다.

[필자] 박경식
23)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은 남산리 서3층 석탑에 대한 기술 중에 “현재 이와 같은 팔부신중(八部身衆)의 부조(浮彫)가 있는 석탑으로서 존립하고 있는 중에서 고고(考古)한 일례(一例)인 것이다.”라고 하여 남산리 서3층 석탑에서의 팔부신중 조식이 가장 선례(先例)임을 주목하며 건립 연대를 8세기 후반으로 보았다. 고유섭, 『한국 탑파의 연구』, 동화출판공사, 1975, 211∼212쪽.
24)사천왕(四天王) 위로는 제석천(帝釋天)을 모시고 밑으로는 팔부신중(八部身衆)을 거느리고 있는데 각 사천왕에 소속된 팔부신중은 다음과 같다. 동방 지국천(持國天): 건달파(乾闥婆), 비사각(毘舍閣)·서방 광목천(廣目天): 용(龍), 부단나(富單那)·남방 증장천(增長天): 구반다(鳩槃茶), 설려다(薛荔多)·북방 다문천(多門天): 야차(夜叉), 나찰(羅刹)(장충식, 『한국의 불상』, 동국대학교 부설 역경원(譯經院), 1983, 83∼84쪽).
창닫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