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1장 사찰의 공간 구성과 석조물의 상징3. 석조물에 등장하는 각종 조식

문비

<문비형>   
고선사지 3층 석탑에 새겨진 문비이다.
<문비형>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에 새겨진 문비이다.

문비형은 석조물의 중심부인 탑신부(塔身部)에 문의 형상을 표현한 조식을 말한다. 석탑과 부도에서 주로 채용되었는데, 문짝은 물론 문고리와 자물쇠까지 표현되어 있어 실제의 문과 다름이 없다. 이 조식은 감실이 조형상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석재로 구성된 탑신이지만 내부에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괴체형 공간에 공간성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부여해 준 조식이라 하겠다.

석탑에서는 주로 초층 탑신에 조식되고 있다. 부도는 탑신의 여덟 면 중 네 면에 사천왕을 배치하고, 앞·뒷면에 문비형을 한 구씩 조각하여 사리의 수호와 공간의 확보라는 이중적인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따라서 문비형은 탑신에 사리를 안치하고 있는 석탑과 부도가 지닌 종교적인 속성을 한층 부각시키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목조 건축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양식적인 면을 충족시킨 조식으로 생각된다.

[필자] 박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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