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3장 조선 성리학의 정치 이념과 갈등3. 성리학적 사회 사상의 확산

정조대 『오륜행실도』와 『향례합편』의 편찬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정조대의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이다. 정조대는 문예 부흥의 시기로서 많은 서적의 편찬이 이루어졌다. 특히, 이 시기 서적 편찬은 주로 집대성(集大成)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대학연의』와 『대학연의집보』를 합쳐 『대학유의』를 편찬하였던 것처럼 정조는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쳐 『오륜행실도』의 편찬을 기획하였다.

『오륜행실도』의 기획에는 18세기 후반 들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던 천주학(天主學)이 깊이 관련되어 있다. 천주학은 서양의 새로운 윤리 질서 를 조선 사회에 소개하였고 기존 성리학적 윤리 질서를 뿌리부터 위협하고 있었다. 집권층은 천주학을 무부무군(無父無君)의 도라고 하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도모하였다. 무부무군의 문제는 삼강에 관련된 것으로 조선 정부는 기존의 성리학 윤리를 재구축하고 확인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여기에 『오륜행실도』 편찬의 중요한 배경이 있었다.

<『오륜행실도』>   
1797년(정조 21) 정조의 명에 따라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를 합하여 편찬한 책이다. 당시 조선의 성리학적 질서를 근저에서부터 뒤흔들던 천주학은 『오륜행실도』를 편찬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었다. 5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륜행실도』>   

정조는 서문에서 “앞서 간행한 삼강, 이륜이라는 책이 선후로 발간되어 학관(學館)에 반포되어 있어 백성을 감화시키고 풍속을 좋게 이룩하는 근본이 되었으므로, 두 책을 표준으로 삼아 향음례(鄕飮禮)를 강조하고 행하게 하고자 한다.”라고 하면서 이 책의 간행 의도를 밝혔다. 또 정조는 『향례합편(鄕禮合編)』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향례합편』은 향례에 관한 것을 모아서 엮은 책으로 향촌 사회 안정과 질서 유지에 노력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가의 근간이 결국 지역의 향촌 사회에 있다고 볼 때 이와 같은 정조의 노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필자] 조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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