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구석기제작기법
석기를 제작하는 방법은 다른 물질문화의 제작보다는 훨씬 단순하지만 크게 몇 가지 석기제작기법이 구석기시대 동안 나타난다. 원석에서 돌을 떼어내는 방법에 따라 던져떼기법·모룻돌법·직접타격법·간접타격법·가압법 등이 있다. 시대가 내려올수록 석기는 정교해지는데 이것은 석기제작기법이 점진적이지만 고인류의 인지를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시대가 올라갈수록 원시적인 기술이 사용되고 이러한 기술로 만들어진 석기는 그 형태가 불규칙하며 또한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석기의 제작기법은 구석기시대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며, 석기의 제작기법의 발달은 인류의 진화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석기를 제작할 때 원석에서 떨어져 나온 돌조각을 剝片(격지, Flake)이라고 부르고 돌조각이 떨어져 나온 원래의 돌덩이를 石核(몸돌·돌핵, Core)이라고 부른다. 박편과 석핵은 떨어져 나온 언저리의 볼록한 두덩, 즉 타격혹의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 타격혹이 있는 편이 박편이 되고 석핵에서 박편이 떨어져 나온 부분은 오목한 구덩이가 남아 있게 되어 있다. 石刃 또는 돌날은 박편의 한 종류인데 양측면이 평행으로 되어 있고 길이가 길죽한 것을 말하는데 편의상 흔히 길이가 폭의 두 배 이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박편이 떨어져 나올 때 힘을 받은 면을 타격면이라고 부르며 박편의 떨어져 나온 면을 배(腹, ventral surface), 그리고 반대편, 즉 바깥 부분을 등(背, dorsal surface)이라고 부른다(<그림 1>).
던져떼기는 가장 원시적인 석기제작기법으로 돌을 던져서 깨트려진 돌의 모서리를 바로 사용하거나 부서진 돌의 모서리를 가공하여 사용하는 방법이다. 석재를 던지지 않고 커다란 돌 위에 내리쳐서 손에 든 돌을 가공함으로써 석기를 만드는 방법을 臺石法 또는 모루떼기 등으로 부르는데 이는 단단한 규질암의 석기를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는 기법으로 찍개 등의 큼직한 석기를 제작하는데 많이 사용되었다. 이 모루떼기의 특이한 기술의 하나로 양극타격법이 있는데 이는 석재를 모루 위에 고정시켜서 석재의 끝을 돌망치로 때려서 박편을 제작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기법은 중국의 周口店유적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이 경우에 질이 좋지 않아서 다른 기법으로 석기제작이 어려운 석재를 이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되고 있다. 양극타격법에 의해 제작된 석편은 양쪽 끝에 박리흔이 남아 있으며 대석의 중간에 많은 흠집이 발견되는 것이다.
돌망치를 사용하여 다듬어야 할 석재를 한 손에 잡고 깨트려 다듬어서 제작하는 기법을 직접타격법이라고 부르는데 구석기제작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전기 구석기에서부터 석기를 이용하는 전시기에 걸쳐서 사용되었다. 직접타격법에도 상당히 다양한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망치돌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 그리고 원석을 손에 들고 타격을 가하는 경우 외에도 무릎이나 허벅지 등에 붙여서 타격하는 경우 등의 다양한 기법이 있어서 석기의 정련도가 직접타격법에 의해서 제작된 석기라 할지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모루떼기나 직접타격법에 의한 박편흔은 대부분 깊고 큰 것이 특징이다. 직접타격법은 기술이 발달하면 뿔이나 나무로 된 망치를 이용하여 석기를 제작하게 되는데 납작한 모양을 가진 훨씬 세련된 모양의 석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기법을 軟質망치타격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석기의 표면에 남은 박리흔이 얕고 긴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기법은 유리질이 많은 석재, 즉 플린트·흑요석 또는 쳐트 등의 석재에 사용될 수 있으며 규질암이나 석영암계통의 석재를 다듬는 데는 한계가 있다(<그림 2>).
간접타격법은 원석 위에 뾰족한 끝을 가진 쐐기를 원석 위에 대고 망치로 쐐기의 머리 위를 때려 박편을 떼어내는 방법인데 이는 석재를 가공하는 기법으로서보다도 길고 측면이 날카로운 긴 박편, 즉 석인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기법은 타격에 투여된 힘을 대단히 좁은 지점에 모으게 함으로써 힘이 가해지는 방향을 일정하게 하고, 그 강도를 높임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加壓法은 망치로 때리는 것이 아니고 뿔 등의 단단한 물질로 만든 뾰족한 도구를 원석에 대고 힘을 가하여 박편을 떼어내는 방법이다. 특히 가슴가압법은 대형의 석인을 제작할 때 쓰이는데 이는 뾰족한 쐐기를 나무의 끝에 달고 반대편에는 편평한 나무를 달아서 가슴에 대고 밀어서 크고 긴 박편을 만드는 방법으로 긴 경우는 30㎝ 이상의 석인을 제작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석재를 특별히 처리하기도 하는데 플린트나 흑요석 등의 유리질이 많은 석재를 땅속에 넣고 불에 구어서 박리에 쉽도록 만든 다음에 가슴가압법으로 석인을 떼어내는 것이다. 가압법 중에 석기를 2차가공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뿔이나 나무로 만든 뾰족한 끝을 가진 가압도구를 가공할 부분에 대고 밀어서 좁고 긴 박편을 떼어내는 것으로, 이러한 방법으로 가공한 석기에는 얕고 좁으며 길다란 박리흔이 석기의 중심을 향하여 뻗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석기를 깨트려내는 데 있어서 타격면을 미리 가공하는 기법이나 최종 석기의 모양을 미리 모암에 만들어 놓고 깨트려내는 방법들도 있다. 이러한 기법은 대단히 발달된 기법으로 중기 구석기 공작의 기술적인 지표로 사용되는 Levallois기법이나 후기 구석기의 대표적인 석기형태인 석인제작기법이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석인기법이 극도로 발달한 것이 중석기문화에 해당되는 세석인제작기법이다. 이 세석인제작법은 타격면의 가공과 세석인을 떼어내는 순서 등에 의해서 대단히 많은 기술적인 변형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이 시기만 해도 분명히 지역적 제작기법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석기시대의 석기제작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세석인이나 석인을 이용하여 조합식석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 가장 정교한 타제석기들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