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동북지방
함경북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지방에는 서포항이나 농포동과 같은 조개더미들이 있어 석기와 함께 뼈연모가 매우 풍부하게 출토되었다.
가) 석기(<그림 2> ①∼⑪)
서포항 이른 시기(1·2기층)의 석기로는 각암으로 만든 괭이·간화살촉·응회암으로 만든 칼, 긁개, 납작한 강돌의 두 옆모서리를 떼어내어 만든 그물추·마치·숫돌·도끼 등이 있다. 수량도 많다.
서포항 3기층의 석기로는 각암 또는 안산암계통의 굳은 돌로 만든 괭이와 삽, 갈돌·갈판·화살촉·칼·긁개·그물추·도끼·자귀·끌·마치·숫돌 등 매우 다양한 종류가 나온다. 이른 시기보다 석기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때부터 칼이나 화살촉·긁개 같은 것을 만드는데 흑요석을 사용하고 있다. 서포항이나 남해안지방에서 보면 흑요석은 신석기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화살촉은 떼내어 만든 것과 갈아서 만든 것의 두 가지가 다 나오는데, 뗀 화살촉은 흑요석이나 각암처럼 굳은 돌로 만들며 간화살촉에는 판암 등을 쓰고 있다.
신석기 후기에 해당하는 서포항 4기의 석기로는 괭이·갈돌·갈판·활촉·그물추·칼·도끼·자귀·끌·마치 등이 나와 이전과 별 다름없다. 괭이 가운데 특히 곰배괭이가 나와 주목을 끈다. 곰배괭이란 有肩石斧라고도 하는 것으로 손잡이 아래가 옆으로 퍼져 어깨가 붙은 것처럼 보이며 대표적인 농사도구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다. 5기층의 석기로는 아랫문화층의 것들과 함께 새로이 대팻날이 나온다. 이 무렵쯤에 해당하는 농포유적에서는 흑요석 석기가 많이 나왔으며 칼·찌르개·긁개, 그리고 삼각형의 화살촉과 함께 여러 점의 돌날이 있다. 도끼는 편암으로 만든 조갯날의 간도끼인데 날부분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신석기 최말기인 무산 범의구석에서도 흑요석 돌날로 된 칼, 삼각형 돌촉, 간도끼, 그리고 곰배괭이가 나왔다.
동북지방의 석기출토 양상을 요약하면 그물추 등의 물고기잡이 도구, 땅파는 도구(掘地具), 사냥용과 조리 및 일상용구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늦은 시기로 갈수록 흑요석의 날을 이용한 석기들이 늘어나는 점을 한 특색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구석기형 석기가 나온다고 서술되고 있는 점(서포항 23호 집자리출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은 남해안지방의 석기제작수법에서도 지적되었던 바로서, 우리 나라 신석기문화의 시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를 시사한다. 한편 서포항에서는 이른 시기부터 나오는 괭이를 농사도구로 보고 있으며 이는 3기층의 삽, 4기층의 곰배괭이와 함께 이 지방사람들이 일찍부터 농사를 지었음을 추정케 하는 중요자료라고 한다. 늦은 시기가 되면 동북지방의 여러 유적에서 곰배괭이처럼 대표적인 농사도구가 나오지만 서포항 1·2기의 괭이를 농사도구로 보는데 대해서는 앞으로 더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뼈연모(<그림 2> ⑫∼(19))
뼈연모는 언제나 조개더미유적에서 출토되기 마련이니 만큼 서포항과 농포유적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동북지방 뼈연모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물고기잡이도구가 많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 곳의 지세가 험한 만큼 화살촉이나 창끝 등 사냥도구도 많이 나온다. 서포항의 이른 시기부터와 농포에서는 뼈로 만든 치레걸이와 예술품들도 나오지만 이는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겠다.
서포항 이른 시기의 뼈연모를 보면 사슴뿔을 쪼개서 만든 창끝과 작살·화살촉·삿바늘·찔개살·송곳·예새·홀리개(물고기모양으로 만들어 물고기들을 유인하는 것) 등이 있다. 작살은 끝이 날카롭고 미늘이 한쪽이나 양쪽에 달려 있는 것이다. 형태로 보아 몸체에 줄을 매어 사용한 분리식 작살도 있다. 던지는 작살은 수면 가까이를 헤엄치는 큰 물고기나 해수류에 좋다고 하며 찔개살은 함경남북도의 하천에 산란을 위하여 대량으로 회유하는 연어·송어를 잡을 때 유용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647)
신석기 중기인 3기층에서는 창끝·화살촉·작살·찔개살·홀리개·송곳·예새·바늘 등이 나와 이전 시기의 것들과 거의 같다.
신석기 후기가 되면 활촉·창끝·멧돼지 이빨로 만든 칼·작살·낚시·찔개살·예새·송곳·바늘·고래뼈로 만든 노(櫓)·뼈숟가락 등이 나와 뼈연모가 다양해짐을 보여준다. 이 때부터 굽은낚시가 많이 나오고 있다. 가장 늦은 시기인 5기층에서는 뼈바늘이 들어 있는 뼈바늘통·뿔괭이 등도 나오며 조개껍질을 이용한 반달칼도 있다. 농포유적에서는 송곳·예새·찌르개·토기 무늬돋치개(施文具) 등이 나왔다. 이렇게 지금까지 출토된 것으로 보자면 동북지방의 뼈연모가 가장 다양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647) | 朴九秉, 앞의 글, 6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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