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군사훈련과 병종

　고구려 군사훈련의 대표적인 제도는 수렵행사였다. 초기부터 고구려왕은 잦은 수렵행사를 통하여 자신의 군사적 능력도 함양하고 군사훈련도 겸하였다. 유목 수렵문화의 전통과 대외군사활동이 활발하였던 고구려사회에 있어서 군사적 능력은 왕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덕목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는 시조 朱蒙의 이름이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수렵에서 잡은 동물을 희생으로 바치고 하늘과 산천의 神에 대한 제사를 지냄으로써, 수렵은 종교의례적인 기능도 동시에 가졌다.606)

　평양천도 후에는 국가적 수렵행사가 봄·가을로 정례화되었다.607) 봄에는 매년 3월 3일에 수렵행사가 열려 중앙군인 5부병들의 군사훈련을 겸하였다. 또 수렵행사는 溫達의 예에서 보듯이 무예가 뛰어난 자를 선발하는 인재 등용의 통로로도 기능하였다.608) 이러한 국가적 행사 이외에도 고구려 귀족들은 평소 수렵을 즐겨 이를 통해 말타기와 활쏘기를 연마하였다. 이는 고분벽화에 많이 보이는 수렵도에서 엿볼 수 있다.

　미성년자의 교육기관인 扃堂도 군사훈련의 중요한 장이었다. 평민들의 자제들은 이 곳에서 글을 읽고 활쏘기를 익혔다.609) 또 매년초에는 대동강에서 왕의 관전 속에 두 패로 나뉘어 石戰행사를 벌이기도 하였다.610) 그리고 고구려 고분벽화에 수렵도를 비롯하여 씨름도와 手搏圖·궁사도·전투도 등이 자주 그려지는 것으로 보아 전반적으로 상무적 기풍이 융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군사훈련으로는 열병과 행렬을 실시하였다. 열병은 연개소문이 정변을 일으키기 위해 대신들을 불러모아 놓고 평양성 남쪽에서 사열을 한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611) 또 고분벽화의 행렬도에서는 당시 군대의 조직과 병종을 엿볼 수 있다.

　고구려 군사의 병종은 크게 육군과 수군으로 나뉘고, 육군은 다시 기병과 보병으로 나뉜다. 안악 3호분이나 약수리고분의 행렬도를 보면, 행렬의 좌우에 기병이 서고 그 안으로 보병이 열을 짓고 있으며, 보병의 수가 기병보다 많다. 이를 통해 유추하면 실제 전투에서 기병과 보병은 합동작전을 하였을 것이고, 수적으로는 보병이 우세하나 전투의 주력은 기병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군사의 무장도 기병과 보병이 달랐다. 기병의 주무기는 궁시·긴창·칼이었으며, 찰갑과 투구로 온몸을 무장하였다. 또 말을 찰갑으로 무장시키기도 하였다. 보병은 궁시·칼·짧은창·도끼·갈고리 등을 주무기로 하고, 투구와 단갑으로 무장한 병사와 갑옷없이 무기만 지닌 병사로 이루어진다.612) 이러한 모습은 고분의 출토품이나 고분벽화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기병과 보병, 그리고 보병 내에서의 무장의 차이는 곧 신분이나 사회경제적 차이에 의한 것이다.

　고구려군의 주력은 육군이었으나 수군도 상당히 강력하였다. 본격적인 수군의 활동은 고구려가 낙랑군지역을 차지한 후로서, 아마도 이 지역의 해상세력을 기반으로 수군을 편성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하여 광개토왕 영락 6년(396)의 백제 정벌전에서는 수군을 동원하여 한성을 공격한 바 있으며, 후기에는 황해 연안로를 장악하여 백제와 신라가 고구려의 방해로 사신을 보낼 수 없다고 당에 탄원할 정도로 강성하였다.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