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구려어·백제어·신라어
고구려 700여 년, 백제 670여 년, 신라 930여 년. 삼국의 왕조는 각각 세계 역사에서 그 유례가 드물게 긴 기간 지속되었다. 따라서 세 나라의 언어가 본래 같은 근원에서 유래하였다고 해도, 항상 변화하는 언어의 일반적인 속성에 비추어, 횡적으로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종적으로는 시대와 시대 사이에 어느 정도이든 차이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온당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제한된 언어 자료에 의거해서는 세 나라의 언어가 어느 정도로 달랐는지 추측할 수가 없고, 한 나라의 언어가 시대적으로 얼마큼 달라졌는지 가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언어적 차이든 방언적 차이든, 삼국의 언어 간에 차이가 있었다고 전제하고 편의상 고구려어·백제어·신라어로 구분하여 부른다.
그러나 한편, 한 언어의 시대적 차이는 완전히 무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이다. 말하자면, 신라 초기 박혁거세 시대의 신라어와 9백여 년이 지난 신라 말의 신라어가 같았다고 상정할 수밖에 없고, 건국 초인 南下 이전 卒本夫餘 시대에 등장하는 이름이나, 5세기 중엽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고구려 성벽의 石刻文이나, 12세기 중에 편찬된≪삼국사기≫地理志에 “본래 고구려의(本高句麗)…”으로 언급된 지명들을 같은 고구려어 자료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