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직제율
職制律이란 관리의 직무상 책임사항과 그 비위에 대한 벌칙사항을 말한다.362) 형법지 내용 가운데 禁令 항목과 아울러 가장 많은 분량의 기사가 실려 있는 이 직제율의 조목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① 감찰하는 관리 자신이 도적질하거나 감찰할 때에 재물을 받고 법을 어긴 자는 徒刑과 杖刑으로 논하지 말고 職田을 회수한 다음 귀향시킨다.
② 僧人으로 사원의 미곡을 훔친 자는 귀향시켜 編戶에 충당한다.
③ 관가의 물품을 무역한 자는 귀향형을 제외하고는 법에 따라 科罪한다(≪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職制).
위의 사료는 고려의 독자적인 형률체계이며 고려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는 법제이다. 특히 歸鄕刑은 고려율에서만 설정되어 있는 독특한 형벌적 기능이다. 이러한 형벌제도는 고려 초기에 새로운 통치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당·송의 형법제도를 수용하였지만 외래적 제도의 수용만으로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설정한 제도로 보인다.
귀향형은 本貫에 유배되는 형벌로서 당률에 규정된 除名과 관련되어 있다. 관인이 죄를 범하면 제명이 부가되지만 死刑 및 加役流 등 특수한 유배형에 해당되는 죄가 아니라면 제명처분에다 귀향형이 부가되어 본관에 유배되었다.363) 이 귀향형은 관인만이 아니고 관인의 가족, 승려, 군인에 대해서도 과해졌다. 귀향형에 대한 최초의 기사는 현종 7년(1016)에 나타나고 있어364) 법제의 성립시기도 현종 7년 이전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관리가 직무와 관련하여 관물을 횡령하거나 뇌물을 받은 경우에 대한 행형은 다음과 같은데 그 法意는 당률과 거의 일치하지만 고려율에서는 피해법익과 형벌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① (관리가) 감찰하면서 금품을 훔친 경우(監臨贓);베 1尺을 숨겼을 때에는 笞 40에 … 8匹을 숨겼을 때에는 徒 1년에 … 40필에는 徒 3년에, 50필에는 流 1천리에 처한다. (監臨官에게) 물품을 준 자는 죄를 5등 감해 주고 매는 杖 1백에 그친다. 만약 監臨官이 부서에서 물품을 요구하여 취한 자는 1등을 더하고, 만약 위력으로서 강제로 취한 자는 枉法贓에 準하여 논한다(≪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職制).
② 법을 어기고 뇌물을 받는 경우(枉法贓);1척에는 장 1백에, 1필에는 도 1년에 … 5필에는 3년, 6필에는 流 2천리 … 8필에는 3천리, 15필에는 絞刑에 처한다. 관품이 있는 자가 범하였을 때는 官當收贖하되 베 1필 이상인 경우에는 除名하고, 無祿者이면 減 1등하고, 20필에 (달하면) 교형에 처한다(위와 같음).
③ 법을 어기지 않고 뇌물을 받은 경우(不枉法贓);1척에는 장 90에, 2필에는 杖 1백대, 4필에는 도 1년에 … 12필에는 도 3년에, 14필에는 流 2천리, 30필에는 귀양을 보내는 외에 요역을 더 시킨다. 관품이 있는 자가 범한 경우에는 官當收贖하되 4필 이상은 제명하고 무록자는 죄를 1등 감하고 40필에는 귀양을 보내는 외에 요역을 더 시킨다(위와 같음).
① 은 관물횡령에 해당하는「受所監臨」의 贓을 규정한 것으로 재물수수의 경우에는 양자를 모두 처벌하였고, 장물은 몰수하였다. ① 의 법원은 唐 職制律受所監臨財物條인데, 고려율에서는 50필에 대한 장의 형량을 달리하고 있다. ② 와 ③ 은 柱法贓과 不枉法贓에 대한 규정인데, 이 율문은 당 직제율 48, 監主受財枉法을 법원으로 하여 당률 1개조문을 2개조문으로 분리·설정하고, 거기에다 당 名例律 22, 以官當徒不盡條에 나오는 官當收贖을 결합시켜 조문화한 것이다. 그리고 관인의 형벌에 대한 閏刑 체계인 관당수속법365)을 교묘하게 접합시킨 것을 보면 당률의 법의를 고려 실정에 맞도록 포괄적으로 수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고려율은 坐贓의 경우 당 雜律 1, 坐贓治罪條를 법원으로 하여 당률의 규정을 그대로 채입하고 있다. 좌장이란 일의 책임자가 아닌 자로서 재물을 받은 경우로 일반적으로 强盜贓·竊盜贓·枉法贓·不枉法贓·受所監臨贓과 아울러 이른바 6贓을 구성하는데, 그 중에서 좌장치죄에 대한 科罪가 가장 가볍다.366)
고려사 형법지에는 관리가 위세를 이용하여 타인의 私田이나 재물을 침탈한 죄에 대해서도 과죄하고 있다.367) 사전 침탈의 과형은 당 戶婚律 18, 在官侵 奪私田條의 법의를 취하였으나, 피해법익과 과형의 숫자에 있어서는 약간 다르다. 田地와 園圃를 침탈한 경우에는 죄명이 균등하지 않기 때문에 무거운 법으로서 가벼운 법을 倂滿해서 처벌하였다.368) 그리고 관리가 위세를 이용하 여 백성의 재산을 취했을 때 이를 처벌하는 조문은 당 직제율 58, 挾勢乞索條 의 법의를 취하고 있다.
362) | ≪唐律疏議≫권 9, 職制 序文. |
---|---|
363) | 浜中昇, 앞의 글, 33쪽. |
364) | ≪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職制 현종 7년 5월. |
365) | 이에 대해서는 辛虎雄,<高麗律에 있어서 官當收贖法의 施行問題>(≪關東大論文集≫15, 1987) 참조. |
366) | 贓에 대한 唐律의 각 조문을 비교해 보면 强盜贓 1척은 徒 3년, 竊盜贓은 杖 60, 枉法贓은 杖 100, 不枉法贓은 杖 90, 受所監臨贓은 笞 40, 坐贓은 笞 20으로 되어 있다. |
367) | ≪高麗史≫권 84, 志 38, 刑法 1, 職制. |
368) | ≪唐律疏議≫名例律 45, 二重從重罪.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