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일본 및 아라비아와의 관계
1) 일본과의 관계
고려시대의 일본과의 관계는 정치·경제·외교·군사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침체되고 부진했던 시기였다. 이 시대에 양국간의 관계가 다른 시대에 비해 소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려가 건국되던 918년경의 국제정세는 중국에 있어서는 5대의 혼란기였고, 일본에서는 醍醐天皇의 延喜년간으로 이미 遣唐使가 폐지되어 중국과의 국교가 단절된 상태였다.
한편 고려의 입장은 후삼국의 대립기를 거쳐 통일왕조를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신라하대에서부터 나타났던 사회적 혼란상과 그 연장선상에서 여전히 독자적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호족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아직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지 못한 때였다.
이치럼 10세기초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는 각국의 국내사정 등으로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의 麗·日 관계가 침체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에는 통교무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후기에는 왜구로 대표되는 무력 행사로 이어졌다.776)
다만 특기할 사항은 고려 전기의 양국간의 교류는 정치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에서 양국이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여·일의 관계가 시종일관 고려가 일본에 대해 제한적이고 거절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처럼 보아왔으나, 정치적 관계는 고려가 일본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호개방을 요구했고, 일본은 수동적 자세로 일관했던 것이다.
776) |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相結하려는 힘과 相離하려는 힘과의 상극을 축으로 전개되었으며, 고려시대는 相離하려는 힘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지속한 시대일 뿐만 아니라 전후 470여 년간의 양국관계는 완전히 별천지에서 전개되었다고 보았다(靑山公亮,≪日麗交涉の硏究≫, 明治大 出版社, 1995, 3∼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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