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양반귀족의 신편제
무신정권이 붕괴된 후 새로운 대원관계가 성립되었는데 이 때 양반귀족 의 신분상의 동요는 역시 문무 양반계층상이나 하층 신분층과의 동요를 말하기보다는 지배세력 내에서의 보수와 개혁, 또는 외세의존과 토착 등 새로운 관인층의 형성과 그들의 성격상의 변질을 말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관인형성층이 새로운 정치상황에 따라 신분상 어떻게 변질되었고, 이들과 대응하여 신진관료층의 등장은 어떠한 형태로 새로운 지배질서 체제에 편제되었는가라는 관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것은 신분동 요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지배세력의 성장과 새로운 통치질서 체제의 확립이라는 시각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신정권을 몰락시킨 원의 간섭과 부마국체제의 성립은 기존의 정치세력을 새로운 대원관계에 적응케 하였고, 전혀 새로운 권세가를 성립시켰다. 따라서 부원세력이나 왕실 측근세력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새로이 편성된 정치기구를 중심으로 권력을 행사하였으며, 무신정권 이후 계속 성장하기 시작한 신진사류층이 이들에 대응하여 새로운 정치집단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양반관료사회를 지향하였다. 이렇게 왕실을 포함한 외세의존적 정권주체와 고려사회내에서 모순을 직접 체험하면서 관료사회에 진출한 신진사류가 지배층의 주류를 이루었으며, 공민왕 이후에는 신진사류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모순의 개혁세력들이 정치주체로 등장하는 지배세력 내부의 변질을 가져왔다.
아울러 공민왕 때 등장한 신흥세력 가운데 공민왕의 실지회복운동, 홍건적의 침입, 계속되는 왜구의 침략 등 많은 전란을 통하여 성장한 새로운 형태의 무장세력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양반귀족의 후손이거나 당대 자신의 무공으로 발신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나갔으며, 때로는 보수적으로 때로는 개혁세력으로 활약하며 새로운 형태의 무반으로 정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