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작물재배 범위와 농업지대의 분포
끝으로 조선 전기에 재배된 작물의 범위와 농업지대의 분포에 대해 검토해보자. 조선 전기에 가장 널리 재배되었던 작물은 기장(黍;286군현)·콩(大豆;282군현)·벼(稻;278군현)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맥(麥)류·피(稷)·마(麻) 등의 순이었다. 이들 작물의 품종은 다양하게 분화되었다.173) 먼저 가장 다양하게 분화된 벼는≪금양잡록≫에서는 모두 27가지 품종으로 발전하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조(粟;15품종), 콩(8품종), 팥(小豆;7품종) 등의 순으로 분화되었다. 이를 보면 다양한 밭작물들을 앞세운 한전농업이 조선 전기에 가장 중심이 되는 농업이었음이 명백해진다.
이러한 작물들은 지역별로 매우 다양하게 분포되었으며, 각각 상당한 지역성을 지녔다. 이러한 사실은 우선 한반도가 남북간에 길다랗게 위치하고 있어 그에 따른 지역간의 기후와 풍토가 크게 다른 데서 기인한다. 더구나 이는 인구 및 노동력의 분포에까지 연쇄적인 영향력을 미쳤다.≪世宗實錄地理志≫에 나타난 자료를 기초로 이 시대의 지역성을 탐구한 연구에 의하면, 당시 8도의 총 355군현들 중에서 그 도의 속성을 제대로 가졌던 군현의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174) 강원도가 83.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전라도(69.6%), 경상도(68%)였지만, 평안도·함길도 등의 나머지는 각각 그 도로 판별된 군현이 적어서 비록 행정적으로는 같은 도라 하여도 그 내용은 내부적으로 크게 달랐던 것이다.
그러한 사정은 이 시대의 각 군현들이 극히 다양한 지역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결과를 기초로 농업지대를 나눈다면, 충청·경상·전라도를 중심으로 한 남부의 수·한전 농업지대, 경기·황해도를 중심으로 한 중부 한전 농업지대, 그리고 강원·평안·함길도의 북부 산간 농업지대로 일단 분류된다. 특히 수·한전 농업지대는 총 군현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의 범위를 지녔는데, 수전의 비중이 높았고 벼를 위시하여 수수(蜀黍)·콩·보리 등의 식량작물과 木棉·苧 등의 섬유작물 재배가 두드러졌다.